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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Sep 14. 2021

새벽, 나의 놀이터

코로나를 견디는 돌파구

새벽 4시 30분, 요즘 내가 눈을 뜨는 시간이다.

다시 새벽이다. 

코로나로 집 앞 외출조차 금지된 일상을 살고 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들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가족들과 공유하는 중이다. 늘 곁에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 아이와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귀엽게만 보이던 행동들이 눈에 거슬리니 잔소리는 다섯 배쯤 늘고, 짜증은 열 배쯤 많아졌다. 사랑이 식었나. 그건 아닌데...

"난 엄마가 집에서 수업하니까 너무 좋아. 만날 나랑 같이 있을 수 있잖아."

나도 좋다. 집에서 생활하니 시간도 늘고, 몸도 편해졌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도 그렇지 않았다. 매일 매 순간이 불안했다. 즐겁게 다니라고 보낸 학교지만, 길어진 온라인 수업에 아이가 학습 속도를 못 따라갈까 봐 덜컥 겁도 났다. 남들에게는 화 안 내는데, 내 새끼한테는 화가 났다. "왜 모르니! 알아야지! 왜 이해를 못해!" 폭주 기관차.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아마도 아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쳤을 뿐이다. 몸도 마음도. 모두가 힘든 시기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나의 힘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까. 프리랜서로 작업을 하고, 동네 독서쌤으로는 여전히 온라인 수업을 했다. 그렇게 에너지를 쓰고 나니 아이에게 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브레이크 걸리지 않는 내 폭언에 상처 받는 것은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내뱉는 순간에도 후회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내가, 나도 불편했다. 제어 불가능의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새벽'이다. 작은 집이지만, 온전히 나로 보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 새벽 루틴을 만들다가,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포기했던 새벽 일상을 다시 찾기로 했다. 완전히 다른 마음으로. 그때는 '한 번 해볼까?'였다면, 지금은 간절하고 절박함이다. 밤새 뒤척이고,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후회하는 것을 멈추기 위한 돌파구.  

새벽 4시 30분에 눈을 뜨면, 나만의 시간을 3시간이나 챙길 수 있다. 새벽에 뭘 할까? 그냥 논다. 책도 읽고, 차도 마신다. 궁금해서 끝까지 못 본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졸리면 좁은 거실을 걸어 다닌다. 거울 앞에 서서 맨손 체조도 한다. 그래도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좋다. 다시 새벽을 깨우면서 이 시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노트북은 켜지 않았다. 새벽만큼은 나의 고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덕분에 새벽은 진짜 나의 놀이터가 되었다. 새벽 놀이터에서 3시간이나 놀고 나면 일상이 가벼워진다. 고민도 새벽에 끝내고, 하고 싶었던 일들도 새벽에 끝내니, 아이에게 내어줄 시간도 여유로워졌다.  

책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한다>를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새벽은 나에게 여유를 선물하는 시간이지
무언가 끝내야 한다고 압박하는 시간이 아니다.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한다> 중에서)


버거워진 일상에서 나를 찾아가는 연습. 

이제라도 마주하는 나.

새벽은 나에게 소중해졌다.

유일하게 허락된 외출. 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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