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수첩에서 다시 발견한 나의 문장들.
마음이 밀물처럼 잔뜩 밀려왔다가, 다시 쓸려 내려간다.
사랑은 감기같아서 결국에는 끙끙 앓다가 끝나고 만다.
죽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살아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돌아서 가는 것도 멋진 방법이다. 장애물이 있어도 그걸 놔두고 가서 내 목표를 이룬다면, 그게 정말 멋진 일이야.
사랑은 마지막 술잔 같은 거야.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마셔서 다음날 숙취 때문에 후회하는. 언제나 이별은 숙취처럼 몰려오니까.
나는 혼자 살고 싶어, 라는 말을 하자마자 집의 반려동물들이 떠올랐다. 고양이 하나와 강아지. 내가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존재들. 그리고 언젠가 늙어버릴 엄마까지. 동생들은 동생들 나름이겠지만 그렇게 반려동물 둘, 반려인 하나, 나까지 넷이서 살다 보면 나는 언젠가 죽음을 겪겠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의 죽음을.
올바른 말을 찾기 위해서 잘못된 말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너를 보면서 걷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다."
"그러게, 좀 더 걸을껄."
"건너편 테이블 사람의 인생, 걱정해?"
"아니"
"그렇게 살아."
우리 연애가 그렇지, 지나 봐야 아는 게 있듯이.
그 때는 좋았지, 라고 하지만 그 때가 우리 연애의 전부는 아니잖아.
너무 솔직한 것들은 읽기가 거북하다. 혹은 너무 얼마 지나지 않은 것들. 내가 어땠었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게 하니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적당한 온도가 맞춰지면.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괜찮아요. 나는 시간이 많으니까."
어쩌다 마주친 순간이 인생에 자취를 남긴다는 것.
20200831
8월, 여름 마지막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