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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Sep 20. 2020

마음에 대해서

죽지 않고 살아가면,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 죽지 말고 살아가면. 

 최근, 우울을 겪었다. 우울을 겪었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무례하며,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글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와 비슷하게 우울을 겪으며 살아갈 모두를 위해서. 


 우울의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언제나 있는 이별이었고, 언제나 있는 감정의 노화 때문이었다. 몸은 시간을 따라 늙어가지만 감정은 시간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항상 달랐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지만. 

 우울하다는 감정은 좋아한다는 감정과 닮아있어서, 말을 뱉는 순간 점점 커졌다. 내 안에서 나를 좀먹으며 커져가는 감정이었다. 나는 우울해. 오늘이 이래서 힘들었어. 라는 말을 뱉는 순간 돌아오는 건 누군가의 위로가 아니라 내 자신을 탓하는 스스로의 말들이었다. 그러게 왜 그랬어. 이러지 말지 그랬어. 그러나 인생은 비디오필름이 아니기 때문에 되감기나 빠르게 감기를 할 수 없기에. 나는 괴로운 자책의 시간을 몇 번 더 겪으면서 깨달았다. 나의 우울이 나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을. 


 "나의 우울은 보기에는 좁으나, 속이 깊어 빠지고 나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깨닫고 난 후에 더 그랬다."


 나의 마음이 지하 가장 깊은 곳에 쳐박혔을 때 좀 더 사적인 블로그에 남겼던 글인데, 다시 읽을 수록 나의 우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근본은 몰라도 나를 지난 밤 잠 이루지 못하게 만든 것들에 대해. 

 나는 여름 날 내내 잠을 설쳤다. 제대로 잠들어 본 지가 언제인 지 셀 수가 없었고, 어떤 날은 너무 어두워 스탠드를 키고 잠들었다가 스탠드의 불빛마저 너무 밝아 중간에 깨어나 스탠드를 끄고. 스탠드를 끄고 나니 너무 어둡고 외롭고 쓸쓸해 한참을 울었다. 우울은 그런 것이었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닌 순간에 울음이 터졌다. 좋아하는 노래가 버스에서 갑자기 나오는 일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유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도 분명 있었으나 주로 울었다.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울었다. 


 내가 진짜 스스로 어딘가 고장났구나, 하고 느꼈던 건 일 주일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밤이 길어졌던 순간이었다. 올 여름은 답답하고, 더웠고 종종 울었음으로 잠 못이루는 밤이 3일동안 이어지는 동안에도 스스로를 탓했다. 내 탓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자주 받고, 예민하게 구는 탓이다. 하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아니었음을 깨달았던 건 일 주일이 넘게 잠을 자지 못하고 이것이 꿈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날들을 겪는 동안이었다. 일 주일째가 됐을 때 어렴풋이 깨달았다. 나 지금 아프구나. 몸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나 지금 마음이 아프구나. 

 인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고, 바르게 진행됐고 울면서도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내가 처음으로 한 말은 선생님, 저 아파요. 였다. 저 지금 아파요. 


 치료나 상담을 묻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으로는 별 것 없었다. 나는 아팠고 그에 맞는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했다. 정신병원. 네 글자 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나 막연한 슬픔을 느껴지게 하는 단어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내 근황을 묻는 이들에게 종종 이야기한다. 그냥 나는 마음이 아팠어. 정신적으로 아팠어. 그래서 병원에 간 거야. 배가 아프면 내과를 가고, 목이 아프면 이비인후과에 가고, 우리가 뼈가 아프면 정형외과에 가듯이. 누구는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아냐. 그냥 아파서 병원에 갔어. 그게 전부야. 


 지금도 완전히 호전된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으나 언젠가 나는 정말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이 부끄럽거나 무서운 일이 아니라고 일러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아프고 병들면. 병원에 가야지. 아프면 안 되니까. 우리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하니까. 


20200920

뭐든 할 수 있게.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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