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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Feb 10. 2021

편지

우리가 좀 더 긴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였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당신의 짧은 편지 몇 줄에 내가 삶에서 받아본 것 중 가장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실은 비밀스럽게도 그 마음은 여전합니다. 왜냐면 편지 몇 줄에 담긴 당신의 몇 마디가 소중했고, 그 편지 안에서만은 나는 정말로 사랑 받고 사랑하는 존재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요.


 편지라는 건 사랑스러워요. 이 몇 안 되는 단어들을 고르고 고르면서. 혹은 솔직해지려 애쓰면서 이 편지를 적는 동안, 적기 전에, 그리고 이 편지를 받고 나서의 너를 떠올리면서 썼어. 라는 시 간과 의미가 담긴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몇 마디가 되든 편지를 사랑해요. 나를 떠올리며 골랐을 편지지와 몇 마디 문장들을 떠올리면. 제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쉽다고 느끼시나요? 하지만 그래 도 진심으로 저는 사랑하는걸요. 편지와 담긴 마음들을 전부. 그리고 말이죠. 뭐 하나 이뤄내기 어려운 요즘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쉬우면 좀 어떤가요? 쉽다고 해서 전부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닌데요.


 저는 요즘도 당신의 짧은 편지를 들여다보며 생각합니다. 우리가 좀 더 긴 편지를 주고받는 사 이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이제 아니게 된 것과 앞으로 그럴 수 없는 것에 대해 후회하거나 원망하지는 않아요. 그냥 좋은 시간이었고, 나는 짧지만 괜찮았고 즐거웠으니까 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우리가 좀 더 긴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였더라면. 그랬더라면 어땠을 지. 지금 상상해보아도 잘 떠오르지는 않는 것을 보면, 우리가 그럴 수는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줄일게요.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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