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디 Jun 29. 2019

마음 서랍

마음도 나누어 넣어둘 수 있다면


1.

 가끔 일상에서 망설이는 순간들이 생긴다. 빨간 펜을 살까? 아니면 노란 펜을 살까. 하는 작은 망설임의 순간. 나는 그럴 때면 둘 중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고 사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만다. 그냥 다음에 둘 다 살 수 있을 때 사야지. 아직은 쓰던 게 조금 남았으니까. 

 그런 순간들은 부정적인 힘이 있어서 내 마음 한구석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갉작 갉작. 그들이 갉아먹고 사는 것은 내 '용기' 다. 순간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 별 것 아닌 일에도 조금씩은 꼭 필요한 것. 결정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 


2.

 갉아먹힌 용기들이 어디로 가는 지는 아직도 모른다. 조금씩 좀먹힌 용기가,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3.

 작은 것과 큰 것 사이에서 망설이는 용기가 아니라 작은 것과 작은 것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에 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 맞는 걸까. 그런 선택의 순간에는. 


4.

 갉아 먹힐 거라면 마음을 보관하는 서랍이 하나 쯤 있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 칸에는 용기를, 두 번째 칸에는 행복을, 세 번째 칸에는 사랑을. 나를 좀먹는 벌레들이 달려들어도 갉아먹히지 않을 서랍이. 그리고 두려움, 망설임, 슬픔같은 마음은 한꺼번에 뭉쳐서 서랍 밖으로 꺼내 두고 벌레들이 먹어비리게 두고 싶어. 


20190629



매거진의 이전글 두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