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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음식 _ 삼겹살 구이

by 쏘쏘킴

그냥 구워도 맛있는 삼겹살이지만, 가끔 엄마의 특제 간장 소스가 더 해지면 밥도둑이 된다.

고깃집에 가서 고기 굽는 걸 싫어하는 나는 엄마가 집에서 구워주는 고기를 더 좋아한다.

삼겹살에 양념해서 굽는 고기는 정말 맛있으니까.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음식점을 했었다.

주 메뉴는 소고기 전골, 돼지고기 전골, 매운 삼겹살이었다.

매콤한 양념을 삼겹살에 재워 뒀다가 구워 먹는 건데, 엄마의 음식점이 엄청난 손님을 끌지 못한 데는 분명 가게 위치가 안 좋았던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점을 접은 후로도 엄마는 종종 삼겹살에 양념해서 구워줬는데, 이날은 간장양념이었다.

“우리 삼겹살 구워 먹으까?”

“웬 삼겹살?”

“아빠도 고기 먹고 온다는데 우리도 고기 먹자.”

“그래!!”

아빠가 회식하고 온다는 소리에 엄마랑 나도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엄마 뭐해?”

고기는 안 굽고 한참을 칼질하던 엄마에게 물었다.

“기다려봐. 맛있는 거 해주께.”

“고기 먹자며.”

“그니까, 기다리라고. 배고프나?”

“아니, 그냥 오래 걸리니까.”

엄마는 맛있는 거 해준다며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또 한참을 시간을 보냈다.

“야, 이거 가져가라.”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부엌으로 쪼르르 갔더니 통마늘에 양파가 가득 들어간

삼겹살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거실 가서 먹자.”

다이어트할 때는 티비 보면서 밥을 먹으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엄마와 나는 티비 보면서 밥 먹는 걸 좋아하니까.

김장해두었던 김치를 머리만 자르고 상추랑 함께 차려놓으니 고깃집 가는 거보다 나은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밥 한 그릇과 고기 한 접시를 다 비우고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면서 엄마를 불렀다.

“엄마,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사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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