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103동 303호입니다.

아홉 번째 음식 _ 꼬막무침

by 쏘쏘킴

시골에 사촌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는 꼭 이 오빠가 먼저 전화를 해야 하냐. 생존 신고를 해야 할 거 아니냐.”

“아이고~ 오라버니. 동생은 아주 자알- 있습니다.”

“니 잘 있는 거는 안 궁금 헌디. 아부지랑은 잘 계시제?”

“아, 뭐야~ 다들 잘 있지. 왜 전화 했노?”

“느그 집 주소 좀 보내라잉.”

“왜? 뭐 붙이게?”

“잉~ 그니까 언능 주소 하나 보내.”

예전에 오빠가 이사 간 집 주소가 아닌 예전 집 주소로 보내는 바람에 한밤중에 택시 타고 잘못 간 택배 찾으러 갔던 적이 있다. 그 뒤로 오빠는 매번 택배를 보낼 때마다 나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곤 한다.

오빠에게서 전화가 오고 이틀 후면 무거운 택배가 집으로 배달이 된다.

그 안에는 큰엄마가 보내 준 김치, 고들빼기, 배, 키위 등 다양한 농작물이 담겨서 온다.

그리고 해마다 항상 보내오는 벌교 꼬막. 큰집이 순천이라 어렸을 때부터 큰집에 가면 어른들 꼬막 까는 틈에서 날름날름 꼬막을 집어 먹곤 했다.

갓 삶은 꼬막은 양념이 없어도 정말 맛있다.

오빠에게 전화가 오고 난 후 하얀 아이스박스 상자 하나가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역시나 그 안에는 꼬막이 한가득 있었다.

“우와!!! 맛있겠다!!!”

“엄마 팔 아프니까 니가 좀 삶아.”

꼬막을 삶을 때는 꼭 한 방향으로 저으면서 삶아야 한다.

그래야 꼬막 안에 맛있는 물이 빠지지 않는다고.

“엄마, 이 정도면 됐나?”

얼마 젓지도 않고 엄마를 부른다.

뜨겁고, 팔도 아프고...

엄마가 요리할 때 옆에서 도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불은 뜨겁고, 칼은 무섭고, 팔은 아프다.

“아직 한참 멀었다!! 아무 때나 휘적거리면 안된디!! 한 방향으로 살살 저어야 한다.”

내가 꼬막을 조금만 덜 좋아했어도...

다 삶아진 꼬막을 까먹는 맛은 어릴 때도, 커서도 여전히 맛있다.

하나 까서 접시에 올리고 하나 까서 내 입으로 넣고,

그렇게 접시에 채워진 꼬막에 엄마의 특제 양념을 버무린다.

그리고 꼬막을 버무리고 남은 양념 그릇에 따뜻한 밥과 꼬막을 조금 넣고 비비면 순천에 가서 사 먹는 꼬막 비빔밥보다 훨씬 맛있는 한 끼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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