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음식 _ 콩국수
20년 동안 살았던 동네의 시장에는 튀김과 전을 파는 가게가 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여름이면 튀김 대신에 콩국을 팔기 시작한다.
한잔에 1000원. 한 봉지에 3000원.
3000원치 한 봉지를 사 와서 약간의 물과 얼음을 넣는다. 그리고 엄마의 소금 한 꼬집.
그러면 더워서 짜증 났던 마음이 가라앉는 시원함과 잃어버린 입맛을 살려주는 고소한 맛이 난다.
원래 가게에서 파는 콩국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콩국은 잘 먹는데 괜히 거기에 국수를 넣어 먹는 게 이상하게 느껴져서 잘 안 먹는 음식이었다.
엄마는 이런 내 취향을 잘 아니까, 늘 콩국을 사 오면 소금간만 살짝 해서 주곤 했는데,
초여름 주말, 날씨가 더운 탓에 엄마도 음식하기 귀찮았는지 콩국수를 해 먹자고 제안해왔다.
“나 콩국수는 별론데.”
“열무김치 넣고 맛있게 해줄게.”
영~ 내키지 않는 점심 메뉴였지만, 내가 점심을 차리는 게 아니니까.
주는 대로 먹어야지 싶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엄마 곁에서 주방 보조를 한다.
“열무 좀 꺼내와 봐.”
“여기.”
“마늘 좀 넣어봐.”
“이만큼?”
옆에서 엄마가 시키는 거 몇 번 하고 나니 어느새 그릇 한가득 콩국수가 담겨 있다.
“거실로 가져갈까?”
“잠깐만!”
그릇을 들고 옮기려는 나를 잡더니 참기름병을 열고 국수 위로 시크하게 휙 두른다.
참기름 냄새 때문인지 맛이 궁금해졌다.
잘 익은 열무김치를 국수와 함께 입에 넣으니 콩국수가 이런 맛이었나? 생각하게 된다.
텁텁할 것 같지만 열무김치의 아삭함이 그 텁텁함을 잊게 해주니까, 고소함이 입안에서 가득 맴돈다.
맛있게 먹는 나를 보더니 엄마가 그런다.
“콩국수 맛있제?”
나는 국수를 입에 넣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여전히 나는 음식점에서 콩국수 메뉴가 있어도 다른 메뉴를 골라 시킨다.
하지만 엄마가 콩국수를 해 먹자고 하는 날엔 고민 없이 그러자고 한다. 냉장고에서 잘 익은 엄마표 열무김치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