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103동 303호입니다.

열여섯 번째 음식 _ 비빔당면

by 쏘쏘킴

어릴 때 엄마와 함께 남포동을 갔던 적이 있었다.

“우와- 여기 많이 바뀌었네.”

집에서 먼 탓에 남포동을 그리 자주 가보지 못한 난 엄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엄만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과 주로 남포동에서 놀았다고 얘기했다.

(엄마가 남포동에서 놀았던 곳이 나이트클럽이라는 것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엄마와 남포동과 국제시장, 깡통시장까지 오가며 구경을 했었다.

하도 돌아다닌 탓에 어렸던 나는 지쳐서 집에 가자고 칭얼거렸다.

“엄마, 인제 그만 집에 가자.”

“밥 먹고 가자.”

“뭐 먹을 건데?”

“먹자골목 가면 뭐 많이 판다.”

“먹자골목?”

엄마를 따라 처음 먹자골목이란 곳을 갔었다.

가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길 가운데에 파전, 비빔당면, 떡볶이 등등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비빔당면 먹자.”

“그게 뭔데?”

“먹어봐라. 맛있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비빔당면을 시켜 먹었다. 부추와 단무지를 넣고 양념장에 비벼 먹는 비빔당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때 먹었던 비빔당면이 꽤 맛있어서 그 이후에 종종 엄마와 남포동이 아니더라도 비빔당면을 파는 곳이면 사 먹었다.

(주로 동래시장에서 비빔당면을 사 먹었다)

아마 그 이후로 당면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집 부엌에는 늘 당면이 있다.

닭볶음탕에는 항상 당면이 들어가고, 소고기 전골, 김치찌개 등등 어디든 당면을 넣어서 먹는다.

가끔은 비빔당면도 엄마가 해주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렇듯 먹방을 보면서 엄마에게 음식을 해달라고 졸랐다.

“엄마! 우리 당면 있제? 비빔당면 해 먹으까?”

“니 방금 밥 먹었거든.”

“아니! 점심때!”

“점심? 비빔당면? 정구지가 없는데…”

(여기서 정구지는 부추의 사투리입니다)

“그럼 그거 빼고 먹지 뭐.”

그렇게 그날의 점심 메뉴가 정해졌다.

“정구지 대신에 시금치 넣었나?”

“어. 시금치 무친 거랑 오뎅 볶음 해놓은 거 넣었다.”

“오오!!”

“짜나?”

“아니, 안 짜다. 딱 됐다.”

집에 있는 반찬가지고 비빔당면을 뚝딱 만들어내는 엄마.

먹자골목에서 먹었던 비빔당면도 맛있었지만, 역시 엄마가 만든 게 더 맛있는 거 같다.


비빔당면 만드는 법

- 당면을 삶아서 볶는다.

- 부추도 데쳐서 소금, 참기름, 깨소금 넣고 무쳐서 넣는다.

- 어묵도 채를 썰어 볶는다.

- 양념장 : 간장, 설탕, 참기름, 깨소금, 마늘 넣는다.

- 위 재료들을 섞어서 버무린다.

16. 비빔당면.jpg
16. 비빔당면.jpg

비빔당면 후기


"엄마, 이거 레시피랑 사진이랑 너무 다른데."

"그건 그때 집에 있는 걸로 대충 만든거다이가."

"그래도 이 사진으로 적어주야지!"

"아, 몰라! 귀찮다! 적은 거 빨리 가지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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