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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n 19. 2023

퇴사를 위한 비용을 셈해보자

재테크에 소질 없는 사람의 금융자산 운용

퇴사를 위한 비용은 곧 삶의 비용이다. 일정하게 들어오는 수입이 사라진 상태에서 살아있기 위해 드는 비용. 직장을 다닐 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평소 카드값이 100만 원이었다고 100만 원만 있으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하면 낭패를 본다.


일단 나는 수익용 부동산은 없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에 못 미치는 실거주 한 채를 가지고 있다. 실거주 한 채는 재산세만 나가지 수입원이 되지는 않아서, 어떻게든 금융 자산으로 수입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투자를 잘 못한다. 누구는 주식으로 자산을 크게 모았다는데, 나는 그냥 월급을 저축하여 모은 것이다. 주식에 눈 돌리지 않고 예금에만 꾸준히 넣었으면 더 모았을지도 모른다. (수익은 잊어버리고, 손실만 기억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내 IRP 계좌는 아직도 -7% 수익률이니 말이다.


흔히 4% 룰이라고, 금융자산에서 매년 4% 씩 인출하여 생활비를 충당하면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해도 30년간 고갈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연간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은퇴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30년 안에 죽어야 한다는 가정이며, 노후의 재앙인 병원비와 간병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예측이다. 무엇보다, 어떻게 4% 수익을 수십 년간 유지할 수 있는지 아무도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과거 데이터를 보면 미국 지수 추종만 하면 된다지만 내 주식 수익률을 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그러니 최대한 보수적인 방식으로 자산 운용과 현금 흐름을 시뮬레이션해 보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봤는데도 버틸만하다 싶으면 괜찮은 것 아니겠는가. 물론 최악의 가정이 최악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난감해지겠지만.


수입

주식과 1년 만기 예금 : 재투자

주식은 크게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을 것이다. 안정적이라 생각되는 종목 위주로 투자했는데도 어떤 것은 8배 오르고 (애플), 어떤 것은 1/2로 쪼그라드는 등 (항셍테크, 한국전력) 변동이 너무 심해서 어렵다. 월급이 나오는 동안은 잊고 묻어둘 수 있는데, 월급이 사라지면 심리적 압박감이 심해진다. 게다가 어차피 지금은 주식 투자를 하기에 좋은 시점이 아니기도 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비이성적으로 폭등했는데 이후는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연 4-5백만 원의 배당금으로 지수 추종 ETF와 배당률 높은 기업에 재투자하는 정도로 유지할 생각이다.   

8.5억의 예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가급적 손대지 않고 재예치하려고 한다. 연 1-2천 정도라도 꾸준히 자산 증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이다.


주식의 총 평가금액은 없는 셈 치는 게 속편하다. 변동이 심해서이다. 하루에 몇 백에서 천만 원 까지도 오르락 내린다. 단 하룻밤 사이에 말이다. 어차피 주식은 매도하기 전에는 내 자산이 아니니, 배당금만 자산으로 생각하자.

중요한 건 자산 총액이 아니라 현금 흐름.


3년 만기 중금채 : 생활비

중금채에서 나오는 이자를 가지고 생활비를 충당할 생각인데, 6.5억의 3%이면 1950만 원이다. 입출금 계좌에 돈이 조금 있어서 퇴사 전까지 몇 달 더 일하면 6.8억까지 만들 수 있다. 향후 1~2년은 세후 3%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어떻게 버텨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3년 만기 상품이라 문제가 있다.


중금채는 3년 만기로, 29개 계좌에 나누어 예치하고 있다. 돈이 생길 때마다 넣다 보니 금액과 만기시점이 제멋대로인데 균등한 금액으로 두 달마다 만기가 돌아오도록 서서히 재 분배를 하고 있다. 그러면 3~4천만 원씩 총 18개 계좌로 정리될 것이다.


이율이 1% 이하였던 5년 전부터 3년 예금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은행 이자가 0.85% 정도였는데 3년 만기 중금채가 1.8%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3년 기준으로 예금을 들면 1년 만기보다 조금 더 이율이 높기도 하고, 금리변동에 일종의 버퍼가 생긴다는 점, 최소한 3년간의 현금 흐름이 보장된다는 점에 장점이 있다.


은행 예금은 1년 단위로 예치를 하니 나름 상호보완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작년의 고금리 효과로 올해 얻는 은행 예금 이자는 크게 증가를 했으나, 중금채는 올해와 내년까지는 금리가 낮고 다다음 해부터 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난다.


어찌 되었든, 내년까지는 중금채 이자가 세후 천만 원가량이어서, 배당금을 더하고 원금에서 일부 인출하여 생활비를 충당해야 할 것 같다.


고정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은 최소 금액으로 임의 가입을  생각이다. 가장  변화는 역시 건강보험료이지 싶다. 임의 계속 가입제도가 있다고는 하는데, 지금 60  이상을 내기 때문에 그냥 지역가입자로 하는  나을  같다. 올해 처음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덕에 건강보험료가 증가했다. 금융 자산이 적은 편은 아닌데도 이제야 종합과세 대상자라니. 그동안 금리가 정말 형편없이 낮았던 탓이며 3 만기 예금으로 일부 소득이 지연된 덕이기도 하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1인 법인을 만들어 볼 생각도 해봤다. 개인사업자보다 법인이 건강보험료 및 세금 혜택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법인 설립 및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도 있는 데다가, 조금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다.


재산세

오래전에 운 좋게 청약에 당첨된 실거주 소형 아파트가 있다. 내 집만으로는 재산세가 100만 원 이하인데, 상속으로 아파트 지분을 일부 가지게 되어 재산세가 총 190만 원 정도 부과된다. 지분으로 인한 추가 수입은 없고 보유세만 더 내고 있다. 하필 두 채 다 조정대상지역에 있어 세율이 높은데, 그래도 다행히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아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재산세에 관리비, 자동차세, 보험까지 더하면 이러저러 연간 1천만 원 정도를 고정비용으로 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아주 대충의 연간 현금흐름 예측

사용 가능한 세후 수입: 2천만 원
고정 비용: 1천만 원
자산 증식 기대치: 2-3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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