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입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종종 사이비 종교단체 또는 스티커 하나 붙여달라는 사람들이 있던 자리였다. 선 해 보이고 친근감 있는 얼굴이 왠지 종교단체일 것 같아서 눈길도 주지 않고 냉랭한 혐오를 온몸으로 발산하며 지나쳤다. 곁눈으로 슬쩍 보니 종교단체가 아니었다. 가게 홍보물을 돌리고 있었다. 과하게 들이대지 못하고 적당히 예의를 차리는 소극적인 태도로 보아, 아마도 새로 시작한 초보 같았다. 걷고 있던 관성으로 빠르게 멀어지는 와중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구나. 좀 더 다정할 수 없었을까. 이 더운 날씨에. 고개를 돌려 보니 아무도 전단지를 받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되돌아가서 손에 든 뭉터기 전부를 받아올까. 당황스러움에 멈추지도 못하고 나아가지도 못하고 잠시 빙글빙글 돌다가, 내일도 나오려나, 내일 다시 지나가볼까, 결국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전단지를 혐오한다. 아파트 현관과 자동차에 부착하는 전단지는 정말 짜증스럽다. 전단지 부착은 경범죄인데, 불법을 대놓고 - 누가 사주한 것인지 명명백백하지 않은가 - 자행한다는 점에서 더 싫다. 그러려니 하고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점도 싫다. 종이를 낭비한다는 점, 코팅되어서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라는 점도 싫다. 전단지 알바가 도둑고양이처럼 아파트에 숨어들고, 길에서 온갖 무시를 당하면서 그렇게 액막이처럼 내몰리는 걸 보는 것도 싫다. 그렇다 해도 역시 길을 막고 종이로 배를 쿡쿡 찌르듯 들이대는 것은 정말 불쾌하다. 전단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싫어서 배민이 나왔을 때 박수를 쳤다. 전단지가 없어지기를. 자원 낭비가 더 이상 없기를. 하지만 그 결말은...
좋은 사람이 되기란 참 어렵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 일상이 누군가를 착취하는데 일조하고, 구조적 불평등을 강화하고 이득을 취하며,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