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슈오에서 대나무 뗏목을 타러 가는 길이었다. 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는 길에 작은 식당이 몇 개 있었다. 그중 한 집에서 구이린 미펀을 먹게 되었다. 소면에 장아찌들이 토핑으로 올라가 있는 것이었는데, 이상한 듯하면서도 괜찮았다. 내용물이 참 별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집의 토핑이 다양하고 푸짐한 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계림 시내에서 여러 미펀 가게에 들러보고 알게 되었다. 처음 먹은 미펀이 가장 푸짐한 것이었다니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할까나, 아니면 오너 셰프의 소량 수제 생산과 기업화된 대량 생산의 차이이려나.
날이 흐리고 쌀쌀하여 뗏목을 타는 내내 으슬으슬 추웠다. 풍경이 멋있기는 했으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어서 숙소로 돌아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일단 강에 들어선 이후로는 끝까지 가야만 했으니. 나중에 내릴 때 사공이 뗏목을 가까이 대고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데 딱히 고맙다거나 살가운 표정으로 헤어지지 못했다. 타는 내내 불편하고 굳은 표정이었던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계림 시내에서 미펀 탐방을 위해 중국어로 주문하는 법을 배웠다. 내 할 말만 외워서 하고 상대방이 질문을 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단방향 소통이었지만, 질문 없이 한 번에 주문이 끝나면 뿌듯했다, 나 외국인인 거 안 들킨 거지?
Wo yao er liang mifen.
계란이나 고기를 추가하는 것도 배웠는데 써먹지 않아서 기억에 없다. 왜냐하면 구이린 미펀은 장아찌만 듬뿍 들어간 국수로 첫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거기에 뭔가를 추가하는 것은 정석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계림 사람들이 동의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어차피 내 마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