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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n 18. 2023

사람에 대한 기억

시작은 몽블랑이었다. 몽블랑 맛집을 찾아서 저장하고  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 먹으러 다니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나는 몽블랑을 좋아하는가? 나는 분명  음식을 질색하고 그중에서도 유달리 맛있다는 느낌을  받는 케이크가 몽블랑인데. 제삼자에게 나는 몽블랑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일 테지. 과연 좋아한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내게는 그런 사물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 과거의 어느 한 장면이, 사진을 찍은 듯 뇌리에 남아있는 것들이었다. 의미 있는 기억이기도 뜬금없는 기억이기도 했다. 사진이 애틋한 이유는 찍혀 있는 장면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메라 렌즈의 바깥에도 세상이 존재하고 있다. 렌즈 너머에 존재했던 풍경들, 옆에 서있던 사람들, 조곤조곤 오가던 말들. 그것은 그 시간 그 장소에 함께 있던 사람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기억들이 있어서 그렇다. 자꾸 되뇌는 장면은, 그런 기억들이 엮여 있는 것들이었다.


무작위적으로 각인된 장면이고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피식피식 웃으면 떠올리던 기억이었는데, 글을 하나하나 쓰면서 되짚다가 뜻밖에도 울음이 쏟아졌다.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더라도 - 마치 카메라 렌즈 밖에 있던 존재들처럼 - 내 글의 행간에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나는 그 사람들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줄이 풀린 풍선처럼 멀리 날아가 사라질 것이 싫어서 계속 그 끈을 붙잡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이 만나고 함께하는 것은 언제나 기적 같은 일이다. 내게는 행운이었는데, 그들에게도 행운이었을까. 고맙다고, 행복하라고, 행복했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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