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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n 25. 2023

라떼

나의 커피 선호도는 핸드드립 (요즘은 필터커피라는 말을 더 힙하다고 여기는 듯), 아메리카노, 라떼 순이다. 유제품이 몸에 잘 안 맞아서이기도 하고, 커피에 뭔가를 섞는 것을 싫어한다. 나름 커피 근본주의자라고 할까나. 그럼에도 라떼를 가장 자주 마시는데, 두 가지 용도이다.

배고프지만 시간이 없을 때 식사 대용으로.

커피 좀 할 것 같다 싶은 가게를 만났을 때 시험 삼아.




미국에서 가장 힙하다고 하는 포틀랜드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출장지는 차로 3시간 떨어진 커클랜드 당첨. 커클랜드라는 도시가 있는 줄 이때 처음 알았다. 여태껏 커클랜드는 약간 저렴한 상품 브랜드로만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동네에 있는 다이소 비슷한 생활용품점에 가면 커클랜드라는 브랜드를 단 상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회사에서 가라니까 커클랜드에 갔다. 당연히 별거 없는 도시인데 의외로 마음에 쏙 들었다. 별거 없는 와중에도 깨알같이 예쁜 카페거리와 쇼핑구역이 있었다. 그리고 중심지 바로 옆에 바다 같은 워싱턴 호수가 있었다. 접근성이 너무 좋아서 서울 사람이 석촌호수나 한강공원 가는 것보다 훨씬, 비교할 수 없이 손쉬웠다.


내가 묵었던 호텔은  외곽이었는데, 미팅에서 만난 상대가 위치를 듣더니 약간 안쓰럽다는 듯이 나를 봤다. 비즈니스로 오는 사람들이 의례 선택하는 중심지의 호텔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호텔은 아주 비쌌다.

내가 묵고 있는  외곽 지역에도 역시 깨알같이 괜찮은 카페가 있었다. 이런 외진 곳에 있을만한 카페가 아닌데 싶은. Yelp 찾아보니 "best latte in town"이라길래 라떼를 주문했다.  모금 마시고는, 깜짝 놀랐다. 맛있어서, 너무 맛있어서 바리스타에게 여기  넣었냐고 진지하게 물어봤다. 불만이 있는 거라 생각했는지 바리스타가 살짝 당황했는데, 맛있다고, 커피랑 우유만으로 어떻게 이런 맛이 나냐고 이야기했더니 얼굴이 풀어지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외국에서 마시는 라떼는 원래 좀 맛이 다르다. 우유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는 한국에서 아직 산미 있는 원두가 유행하기 전이었는데, 그 카페에서 산미가 강한 원두로 라떼를 만들었던 거 같다. 그러니 난생처음 먹어 보는 라떼 맛이었을 수밖에.


그날 이후로 라떼는 카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사실은 판단할 정도의 미각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고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했을 때 치르는 일종의 의식이다. 우유가 안 맞는 나에게는 요즘 두유나 오트밀크 옵션이 흔해져서 다행이긴 한데, 어쩐지 기억 속의 라떼 맛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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