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을 좋아해 본 적은 없다. 뻣뻣하고 맛없는 갈색 테두리 때문이다. 식빵이 맛있을 때는 계란물을 묻혀 구운 프렌치토스트를 먹을 때뿐이었다.
네모 반듯하지 않은 버섯머리 모양의 비정형의 생김새도 꺼리는데 한몫한다. 치즈나 햄을 넣으면 삐져나오고, 반으로 자르면 어느 방향으로 해보아도 아귀가 맞지 않는 모양새.
요즘은 식빵도 많은 발전이 있어, 테두리가 하얀 식빵도 나오고, 48겹 페스트리 식빵도 나오고, 네모 반듯한 식빵, 동그란 식빵, 생식빵이라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손으로 뜯어먹어야 한다는 식빵도 나온다.
이름난 가게의 비싼 식빵을 사보면 맛있긴 맛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쌓여온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굳이 식빵에 손이 가지는 않는다.
대학 입학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장학금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별생각 없이 신청해 보았다. 전액장학금이라는 어감은 무척 좋지 않은가. 어마어마하게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받는 훈장 같은 느낌.
당연히 일부라도 받을 줄 알았는데, 지도교수님이 불러서 이야기했다. 이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고, 우리 과에는 편모슬하에서 자란 학생도 있다고. 너에게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던 것 같아 약간 부끄러웠다.
누구도 이야기해주지는 않았지만 어느덧 자연스럽게 어머니 한분만 있는 친구가 누군지는 알게 되었다.
강의가 비는 시간에 그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학교 바깥으로 나간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는 빵집에 들러 식빵 한 봉지를 샀다. 그 많은 빵 중에서 굳이 식빵을 고르다니! 그것도 한 줄 다 들어간 큰 봉지를 사다니. 내게는 문화 충격과도 같았다. 그 친구는 식빵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빵만 먹는단다. 식빵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구나. 구입한 빵 한 조각을 얻어먹어 보았는데 앗! 정말로 맛있었다. 은은한 단 맛과 부드러움. 늘 토스트를 하거나 치즈와 잼을 발라 먹느라 느끼지 못했던 식빵 본연의 맛이 드러났다.
맛이 있어서 계속 더 달라고 하자 그 아이는 조금 짜증을 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당시 나는 네 거 내 거의 구분이 잘 없는 아이였고 다 같이 나누어 먹는 게 이상하지 않았는데, 그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가 구매한 자기 물건을 단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 소유물인양 여기는 것이 짜증스러웠을 터이다. 미안, 난 그때 아직 어리고 사회화가 덜 되어 있어 무례하기도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