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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20. 2023

퇴사 직전의 양가감정

1. 고정비를 열심히 계산하며 1년 예산과 가계부 양식을 만들고 있다.

고정비 제외한 생활비로 한 달 60만 원을 가정하면 1년에 2,400만 원 정도의 지출을 예상한다. 역시나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가 가장 큰 관건이다. 모의 계산을 해보면 50만 원은 쉽게 나올 듯하다. 지금 월급에서 공제되는 건강보험료가 68만 원이다. 한 달 생활비로 60만 원을 책정한 상황에서 문득 조금 의기소침해진다. 월급에서 공제하는 건강보험료보다도 적은 돈으로 살아야 하는구나. 갑자기 하층민으로 전락한 기분이다. 60만 원이면 하루 2만 원, 더는 하루 한 끼 외식하고 커피 마시는 삶을 살 수 없다. 문득 회사를 더 다닐까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2. 회사가 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퇴사 처리를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공식적으로 이러이러하니 타협안을 찾아보자 논의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뭉개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른척하는 상황이 짜증스럽다. 처음에는 미련도 남고 미안함도 있어 최대한 회사 입장을 배려하고 싶었으나, 이제는 내 알바인가 과제가 지연되거나 말거나 다 던지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차피 남은 사람들은 월급도 성과급도 두둑하게 받을 텐데 누가 누굴 걱정하는가. 내가 신경 쓰고 미안해할 일이 아니지 싶다.


+ 첫 1년 정도는 예산이고 뭐고, 아끼지 말고 펑펑 쓰며 살아볼까 생각도 든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쓰고 싶은 것 다 쓰면 얼마가 필요할지도 알아볼 겸, 아끼기만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으면 정말 억울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근래 어이없고 갑작스러운 죽음들이 자주 들려오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재산은 형제가 상속받을 텐데, 본인 자산과 합치면 평생 놀아도 되니 내심 참 좋겠다. 상속으로 자유로워진 버지니아 울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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