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생활 워밍업
10월부터 슬슬 백수의 마음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변경된 기준으로 지출 기록을 했다. 내 가계부는 9일이 한 달의 시작이므로 오늘 첫 한 달이 지났다.
물가가 갑자기 너무 올라서 사실 당황스럽다. 하필 내 소득이 끊기는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다니. 이게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추세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나 역시 성인이 되어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은 쭈욱 저금리 시대만을 겪은 세대라, 이후의 일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번 달은 온전한 백수는 아니었어서 워밍업일 뿐이고, 무직자의 현실은 11월이 지나 봐야 알 터이다. 건강보험료도 그때 결정된다.
그래도 첫 달 워밍업은 나쁘지 않았다. 생활비 60만 원 중 17만 원을 남겼으니. 백수의 마음이라 하여 일부러 무언가를 쥐어짜고 참으며 산 것은 아니었다. (참고로 지난번 제주 여행의 항공, 숙박비는 9월 지출로 잡혀 있다.)
의외의 함정은 사람을 만나는 거였다. 혼자서 이러저러 즐기는 것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데 사람 만나 식사 한 번만 하면 5만 원에서 10만 원 지출이 생긴다. 누구는 만나서 떡볶이도 먹고 그냥 1만 원 선에서 평범하게 밥 먹고 헤어진다는데, 기존에 알던 지인들의 씀씀이가 모두 만만치 않다. 만나자고 하면 의례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지인을 갈아야 하나,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이 비슷한 경제력이어야 한다면 씁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