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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Dec 12. 2023

딸기

절약의 비결

딸기의 계절이 돌아왔는데 딸기 가격이 너무 비싸 차마 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세일을 한다. 카드 할인, 농림축산부 할인지원, 멤버십 할인까지 다 더하면 집 앞 마트에서 만 원에 살 수 있었다. 그런데, 700m 떨어진 마트에서 9천 원, 900m 떨어진 마트에서는 8천 원에 판다. 같은 상품인데 가격 차이가 있다니. 예전 같으면 컬리에서 2만 원 주고 새벽배송을 시켰을게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동네 마트를 돌아다니지 않으니 가격대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 드디어 이번 겨울 첫 딸기를 사러 집 앞 마트에 갔다가, 마음을 다잡고 발길을 돌려 900m 떨어진 마트에서 2천 원 저렴하게 사 왔다. 뿌듯하다. 푸드코트에서 파는 짜장면이 먹고 싶었지만 꾹 참고 대신 파프리카 한 봉지를 집었다. 컬리에서 4천 원인데 여기는 2천 원이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와 생크림도넛과 과자를 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돈을 쓰지 않았다.  


돈을 절약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건강'이다. 20대면 잘 안 와닿을 테고, 30대는 30대가 되니 확 다르다고 건강 챙긴다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미처 모를 것이다. 40,50대가 되어가면서는 처절한 지경에 이른다는 것을.


900m 떨어진 마트에 딸기를 사러 가기 위해서는 2,000원을 절약하자가 아니고 '운동하자'라고 말해야 한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사려고 할 때, 돈 아껴야지라는 생각으로는 도저히 멈출 수 없지만 '저거 몸에 안 좋아' 한 마디면 바로 마음을 접는다. 실상, 맛있는 음식 중에 몸에 좋은 음식은 없다. 그리고 맛있고 몸에 안 좋고 보기 좋은 음식들은 가격도 이상하게 비싸다. 몸에 안 좋은 먹거리를 금지하기만 하면 특별히 돈을 아끼지 않아도 생활비 지출은 쉽게 줄어든다. (... 그리고 인생도 심심해진다.)


쓰고 보니 기분이 애매하다. 몸에 나쁜 것만 골라 먹으면서도 튼튼했던 20대가 그리우면서도, 돈이 없어 못 쓰는 게 아니라 다 건강을 위해 그런 거라는 자기 위안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억지로 건강을 챙기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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