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Jan 16. 2024

곶감호두말이

당일배송 온라인 마트에서 식료품을 고르고 있었는데 곶감호두말이가 눈에 띄었다. 한 때 귀한 음식이었는데 이제 마트에서도 냉동으로 파는구나. 내 기억보다는 곶감의 붉은 기가 적지만 먹어보니 맛은 다행히 그대로다. 하기야 다른 거 없이 그저 곶감과 호두이니 달라질 것도 없었으려나.




구정과 추석이면 손님으로 바글대던 시절이 있었다. 손님이 떼로 몰려오면 커다란 교자상을 꺼내어 한상 가득 잔칫상처럼 차려내던 시절이었다. 평소에 우리는 먹지 못하는 음식들이 손님상에 그득히 예쁘게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밥을 먹고 난 후 술상에는 옻칠된 구절판에 주전부리가 함께 나갔는데, 그중에 단연 가장 고급스러웠으며 어린 입맛에도 맞았던 것은 곶감호두말이였다. 곶감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즐기지 않는데, 그 곶감에 호두를 말면 어쩌면 그렇게 맛있는지. 그냥 말기만 했는데 왜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지, 썰어놓으면 꽃과 같은 단면이 얼마나 예쁜지, 어린 눈에 모든 것이 경이로웠다. 조막만 한 것에 들어간 손품을 알기에 맛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양이 많지 않아 한 두 개만 얻어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점차 우르르 몰려가서 밥 얻어먹는 것이 민폐가 되고 다과는 커피와 양과자로 바뀌었다. 때마침 명절 음식을 더 이상 집에서 만들지도 않게 되면서 곶감호두말이는 서서히 잊혔다. 수십 년간 눈에 띄지 않았다. 한 때 궁금하여 찾아보니 압구정 고급 떡집에 가야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복고 유행으로 약과, 인절미, 쑥, 흑임자 등과 함께 어깨에 힘을 살짝 빼고 돌아왔다. 돌아와 주어서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테라로사, 리나스, 서브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