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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an 17. 2024

Morning Coffee Ritual

아직 어둑어둑한 시간, 커피봉투를 열어 원두를 한 스푼 덜어 올린다. 첫 번째 커피 향이 올라온다. 원목으로 된 칼리타 핸드밀은 한 손에 잡히지 않아 의자에 앉아 다리 사이에 핸드밀을 끼고 갈아야 한다. 우아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괜찮다, 보는 사람은 없으니까. 원두가 갈려나가는 소리가 좋다. 로스팅 방식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다다다닥 거리기도 하고 드르르륵하기도 한다. 핸드밀에서 원두를 갈 때 두 번째 커피 향이 풍긴다. 때마침 볼록볼록 끓어오르는 전기포트의 물 끓는 소리가 좋다. 딸깍하고 스위치가 꺼지는 소리가 좋다. 드리퍼에 필터를 접어 끼우고 원두를 털어 넣는다. 전기포트에서 작은 드립포트로 물을 옮긴다. 전기포트의 손잡이는 잡을 때마다 손에 착 감겨 기분이 좋다. 커피 한잔 180ml의 물이 들어가는 작은 드립포트. 드립포트에 얼굴을 들이밀고 한껏 숨을 들이쉰다. 따듯한 수증기가 확 올라온다. 밤새 건조했던 눈과 코와 얼굴이 촉촉해진다. 뻑뻑한 눈에 따듯한 기운이 돌며 그제야 잠이 깬다. 물을 조금 부어 원두를 적신다. 어느 날은 정말 예쁘게 한 번에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다. 이런 날은 기분이 좋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커피 향이 올라온다. 잠시 기다렸다가 드립포트의 물을 천천히 모두 부어 커피 한잔을 내린다. 잔을 들고 이제야 음악을 틀고 의자에 앉아 창을 바라보며 한 모금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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