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Jun 20. 2024

인터넷에서 변호사 답변은
정말로 변호사가 하는 걸까요?

최근 한 리걸테크 사이트에서 재미있는 질문을 발견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울에 함께 살다가 아내가 지방인 A로 이사하였고 나중에 남편도 B지역으로 이사하였는데 이혼소송은 어느 법원에 제기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사라면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서울가정법원 또는 B지역 가정법원이죠.


민사소송은 관할이 좀 헷갈릴 수는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피고 주소지에 관할이 있습니다만 피고가 어디 사는지 모를 때도 있고, 사실은 원고 주소지나 변호사 사무실 근처 법원으로 하고 싶을 때도 있고, 예외적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특이한 사건일 때는 관할 법원이 어디인지 고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혼 사건은 다릅니다. 이혼 사건은 결론적으로는 그냥 피고 주소지 또는 쌍방 공통 주소지가 관할 법원입니다. 그래서 원, 피고가 같이 살고 있으면 그 지역으로 하면 되고, 따로 살고 있으면 피고 주소지나 마지막으로 같이 살았던 지역의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됩니다.


이게 어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가사소송법을 한 번이라도 본 변호사라면 너무 기본적인 것이라 틀릴 수가 없습니다. 의뢰인이나 질문자를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하지 않는 이상 틀리기가 힘들죠. 너무 간단하고 쉬운 규정이니까요.


민사소송법에는 관할에 관한 규정이 제2조부터 제40조까지 규정되어 있습니다. 복잡하죠. 그런데 가사소송법에서 관할에 관한 규정은 그냥 제13조 1개밖에 없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러니 가사소송법을 단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틀리고 싶어도 틀릴 수가 없는 것이죠. 심지어 변호사가 관할을 틀렸다면 이혼을 비롯한 가사사건을 거의 해 본 적이 없거나 가사소송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앞서 예를 든 간단한 질문에 변호사들은 서울가정법원 또는 B지역 가정법원이라는 답을 하였을까요? 


ㄱ 변호사
... 귀하의 주소지가 A지역이므로 이혼 소송은 A 지역 가정법원에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ㅇ 변호사
A지역 괄한 가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ㅇ 변호사
... A지역을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이혼 조정 또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입니다...
ㅈ 변호사
.... A지역 법원이 관할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A지역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고, 서울의 역량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시기를 권합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서울 지역과 지방의 변호사의 통상적인 역량 차이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ㅇ변호사
... 부부가 같은 가정법원의 관할구역 내 보통재판적이 있으면 그 가정법원에 신청할 수 있고 아닌 경우 마지막 주소지나 상대방 주소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ㅇ변호사 한 명만 맞는 답변을 올렸습니다. 이후로도 몇 개의 답변이 더 달렸으나 생략하겠습니다. 왜냐하면 ㅇ변호사 다음으로 제가 서울가정법원 또는 B지역 가정법원이라고 답변을 달았더니 이후로는 하나같이 다 B지역 가정법원이라는 답변이 올라왔거든요.


제가 이 글을 올리는 건 ㅈ변호사 때문입니다. 이혼 소송을 한 번도 안 해보았거나, 적어도 가사소송법 규정 자체를 아얘 모르시는 분 같은데 본인이 역량이 지방의 변호사들보다 뛰어난 것처럼 말하는 게 참 가증스럽습니다. 관할은 소송법 교재 맨 앞부분에 나옵니다. 수학으로 따지면 집합 같은 거죠. 지방 변호사들을 비난할 시간에 저 같으면 소송법 책을 한 번 들춰보기라도 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케이스를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아내와 이혼 조정 중인데, 남편이 외도한 사실을 1월에 알았고 조정이 불성립하여 7월에 소송절차로 진행된다면 외도를 이혼사유로 주장할 수 있는 6개월의 제척기간이 도과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도과된 게 아닙니다만, 이 질문에는 함정이 있었습니다. 주어를 생략하고 질문을 하다 보니 마치 아내가 외도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질문자인 남편이 외도를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ㅇ변호사가 질문자의 상대방이 외도를 한 것으로 착각해서 답변을 달자 이후 무려 7개의 답변이 하나같이 상대방이 외도를 한 것을 전제로 비슷한 답변이 달렸습니다. 이후 제가 질문자가 외도한 것을 전제로 답변을 달자 이후로는 질문자가 외도한 것을 전제로 한 답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들을 보고 나서 저는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변호사 답변이라고 해도 진짜로 변호사가 다는 게 아닐 수 있습니다.


변호사라면 틀리기 어려운 쉬운 답변을 당당하게 틀렸다는 건 변호사가 아닐 겁니다.


백번 양보해서 변호사 한 명이 실수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후로도 여러 명이 계속 틀린 답변을 하다가 중간에 맞는 답이 나오니 그 후로는 맞는 답변만 나오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건 그냥 기존 답변을 베껴다가 살만 붙였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소위 '우라까이'를 한 것이죠. 그러니 답변이 1개가 달리건 10개가 달리건 중간에 누가 바로잡지 않으면 전부 틀린 답변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올라온 답변 중에 질문을 실제로도 읽고 한 답변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법 전문가가 아닌 이상 맞는 답변과 틀린 답변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또 변호사 이름을 달고 하나같이 틀린 답변을 달면 질문자가 맞는 답변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 법률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맞는 답을 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간단한 질문이면 법률구조공단을 추천해 드렸는데 이용해 보신 분들이 하나같이 불친절하다고 해서 요즘은 추천해드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온라인에서 상담글을 올려 무료로 답변을 받는 식으로는 맞는 답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는 건 확실합니다. 



https://mylaw.kr


매거진의 이전글 위자료 청구 전부 기각, 재산분할 청구 95% 기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