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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녀)만 반복해 만나는 사람들

왜 그들은 '가질 수 없는 사람'만 탐하는가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또 유부남이었어

주변을 둘러보면 연애 상대가 바뀔 때마다 놀랍도록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쁜 남자에게만 끌리는 사람, 자꾸만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 그리고 반복적으로 기혼자, 즉 '임자 있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우연이 한두 번 겹치면 운명이 되지만, 세 번 이상 반복되면 그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자 '심리적 습관'이다. 유부남(혹은 유부녀)만 만나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곳엔 단순히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기엔 훨씬 복잡하고 아픈 심리적 기제들이 얽혀 있다.



역설적인 '안전함': 책임 없는 쾌락의 유혹


아이러니하게도, 기혼자와의 연애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가장 안전한 관계로 느껴질 수 있다.


건강하고 온전한 연애는 서로의 밑바닥을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며, 지루한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기혼자와의 만남은 '일상'이 거세된 채 '이벤트'만 남는다. 정해진 시간에 만나 가장 예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헤어지면 그만이다.


깊은 친밀감을 두려워하는 회피형 애착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유부남은 완벽한 파트너다. 그들은 나에게 '결혼하자'고 조르지도 않고, 나의 모든 시간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상대가 가정이 있어서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다"는 한계 설정은, 역설적으로 깊은 관계에 대한 공포를 가진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결핍된 자존감을 채우는 '금지된 승리감'


어떤 이들에게 기혼자와의 연애는 무의식적인 '경쟁'이다. 멀쩡히 가정이 있는 남자가, 아내와 아이를 뒤로하고 나에게 달려온다? 이 상황은 비틀린 자아도취를 충족시킨다.


"그 사람은 아내가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나를 더 사랑해."


"법적인 아내는 그 여자지만, 진짜 사랑은 나야."


이런 생각은 도덕적 죄책감을 덮고도 남을 만큼 강력한 우월감을 선사한다. 사회적으로 용인된 본처(혹은 본남편)와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착각은 낮아진 자존감을 일시적으로 폭발시키듯 고양시킨다. 하지만 이는 마약과 같아서, 관계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면 더 큰 공허함이 밀려오고, 결국 또 다른 기혼자를 찾아 그 공허함을 메우려 하게 된다.



익숙한 불행: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중독


심리학에는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한 감정을 편안하게 느낀다. 설령 그것이 '고통'일지라도 말이다.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거나, 사랑을 얻기 위해 늘 투쟁해야 했던 사람은 '나를 온전히 1순위로 두지 않는 대상'에게 끌리기 쉽다. 나만 바라보는 평온한 사랑은 어딘가 지루하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반면, 가질 수 없는 사람을 갈구하고 기다리는 그 애달픈 고통 속에서 비로소 "아, 내가 사랑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이들에게 유부남은 무의식 속에 각인된 '무심한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기를 멈춰야 한다


반복적으로 유부남을 만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비극적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포장하곤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들은 타인의 인생이라는 무대의 '조연'을 자처하고 있을 뿐이다.


그 관계에는 미래가 없다. 상대방의 가정이 깨지길 바라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타인의 불행 위에 쌓겠다는 위험한 도박이다. 설령 그가 이혼하고 나에게 온들, '배신으로 시작된 관계'라는 꼬리표와 또다시 배신당할지 모른다는 의심은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왜 나는 나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없는 사람에게만 매달리는가? 왜 나는 '절반짜리 사랑'에 만족하려 하는가?


닫힌 문을 아무리 두드려봤자, 그 문이 열릴 리 없다. 열린다 한들 그곳은 내 집이 아니다. 이제 그만 닫힌 문 앞에서 돌아서야 한다. 당신은 누군가의 숨겨진 연인이 아니라, 햇볕 드는 광장에서 당당하게 사랑받아야 할, 당신 인생의 온전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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