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965번 버스 꿀팁)
대만을 여러 번 왔지만, 이상하게 지우펀(Jiufen) 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남들 다 가는 예스진지 투어를 안 해서 그렇기도 했고, 한번은 큰맘 먹고 엄마랑 왔더니 하필 어머니 컨디션 난조로 포기해야 했죠. 이번에는 "그냥 편하게 투어 상품을 써볼까?" 찾아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것도 없고... 결국 '나 홀로 버스 투어'를 감행했습니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우펀을 가는 가장 깔끔한 방법은 965번 버스입니다. 하지만 지우펀은 언제나 인기 폭발. 앉아서 가려면 머리를 좀 써야 합니다.
탑승 꿀팁
관광객들이 보통 시먼(Ximen)이나 베이먼(Beimen)에서 타려고 하는데, 저는 아예 시점에서 가까운 반차오(Banqiao) 까지 가서 탔습니다.
현실
반차오에서는 텅텅 비어서 탔고, 시먼까지도 자리가 좀 있었는데 베이먼에서는 만석이라 못 탄 사람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버스는 고속도로를 타기 때문에 입석 금지입니다!)
오후 2시,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였는데도 이 정도니 피크타임엔 시먼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게 앉아가고 싶다면 반차오 출발을 강력 추천합니다.
1시간쯤 달려 도착한 지우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왜 이곳을 '지옥펀'이라고 부르는지 바로 이해했습니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좁은 골목(지산제)에 상점은 빽빽하고 사람은 미어터집니다. 솔직히 파는 물건들은 타이베이 야시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라 "우와!" 하는 감동은 없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눈에 띄는 것들을 좀 먹어봤습니다.
팥죽 & 새알심 (추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라 따뜻한 게 당겨서 들어간 곳. 멀건 국물에 새알심(타로볼)이 들어간 팥죽 같은 음식이었는데, 의외로 담백하고 좋았습니다. 테라스 경치까지 좋아서 비 오는 지우펀의 운치를 제대로 즐겼네요.
땅콩 아이스크림 (비추)
지우펀 명물이라는데... 제가 간 곳이 별로였을까요? 땅콩은 너무 딱딱해서 이 나갈 뻔했고, 아이스크림은 싸구려 맛이 났습니다. (실망...)
대만 소세지 (샹창) (아쉬움)
냄새는 기가 막힙니다. 홀린 듯이 샀고, 마늘이랑 같이 먹었는데... 너무 달아요. 한입 먹고 나서야 "아 맞다, 나 저번에도 냄새에 속아서 사 먹고 후회했었지"라는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대만 소세지는 원래 달달한 편이니 단맛 고기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의하세요.
사람들에게 휩쓸려 걷다 보니 그 유명한 '아매차루(A-Mei Tea House)' 가 나타났습니다. 흔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지로 알려져 있죠.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대만을 방문한 적도 없고 모티브가 아니라고 공식 부인했다지만... 이미 전 세계 사람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습니다.)
일본 온천 마을이나 여기나 분위기는 비슷비슷하지만, 확실히 홍등이 켜진 목조 건물의 외관은 예쁩니다. 사진발 하나는 기막히게 잘 받더군요. 다만,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어마어마해서 굳이 저렇게까지 기다려서 들어가야 하나 싶어 쿨하게 패스했습니다. "유명해서 유명한 곳"이라는 말이 딱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냄새에 이끌려 갓 구운 펑리수를 하나 사 먹었는데, 와... 이게 대박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펑리수 중에 최고! 갓 구운 빵 특유의 풍미가 예술이더라고요. 집에 와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어 봤는데 현지의 그 맛은 안 났지만, 그래도 일반 펑리수보다는 훨씬 맛있었습니다.
차관에서 우롱차와 다기도 구경했는데, 다기가 정말 예뻤습니다. "사봤자 안 쓰겠지" 하고 내려놓고 왔는데, 한국 돌아오니 눈에 아른거립니다. 역시 여행지에서 고민될 땐 사야 하는 게 국룰인가 봅니다.
계속 걷다 보니 시먼 흑당버블티로 유명한 '행복당(싱푸탕)' 지점이 나오고, 탁 트인 바다 전망이 펼쳐집니다. 산동네인 줄만 알았는데 바다가 이렇게 가까웠다니 새삼 놀라웠습니다.
문제는 돌아오는 길. 하필이면 버스 카드를 잃어버렸습니다. (멘붕) 다행히 현금 승차가 가능한데 거스름돈을 안 줍니다. 요금은 90 대만달러, 제 수중엔 100달러짜리 지폐뿐. 쿨하게 10달러 기부하고 탔습니다. 100달러(약 4,500원)에 타이베이까지 가는 것도 감지덕지죠.
돌아올 때 버스 탑승 꿀팁:
지도를 보면 '지우펀 파출소' 정류장이 걷기에는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절대 거기서 타지 마세요. 버스가 위쪽(진과스/지우펀 라오제)에서 이미 사람을 꽉 채워 내려오기 때문에, 파출소 정류장에서는 빈자리가 없어 그냥 보내야 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지우펀 라오제' 정류장으로 올라가서 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