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타시의 음악: 타시의 죄, 타시의 사랑 - 하

영화 <챌린저스> 리뷰 3. 음악

by 사유의 서랍

* 본 리뷰는 영화<챌린저스>의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 중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sosorap/70



Caetano Veloso - Pecado(죄)

https://youtu.be/e5D6NNY7YDg?si=I9eju8Nk_4R_rm3v

타시는 아트를 사랑하기에 이 관계를 떠날 수 없다.


Es más fuerte que yo Que mi vida, mi credo y mi signo 그건 나보다 강하고, 내 삶, 내 신념, 내 운명보다 강해

Es más fuerte que todo el respeto Y el temor de Dios 그건 모든 존경보다 강하고, 그리고 신에 대한 두려움보다 강해

그녀가 아트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트가 그 어떤 수단이어서가 아니라, 그녀를 평생 붙들어왔던 신념보다, 도덕보다, 신에 대한 두려움보다 강한 것이다. 그래서 통제되지 않는 상대의 마음을 인정하고, 관계의 양상을 바꾸고, 나아가, 어떤 죄를 저질러서라도 타시는 이 관계의 끝을 막을 것이다.



[입이 표현하는 욕망]에서 나왔던 타시의 결혼생활동안 아트가 먹은 것들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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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up에 필요한 음식, 에너지를 보충하는 음식, 꼭 미래세계 xxxx로 만든 단백질바가 떠오르는 정제된 음식들의 향연이다. 타시는 아트가 먹는 음식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없애고 '먹으면 좋은 음식'만을 공급한다.

먹으면 좋은 음식들도 아트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음식이다. 아트는 13년 전 패트릭에게 패하고 줄곧 '이기고' 싶어했다. 타시는 그의 욕망을 알고 이길 수 있게 관리하는 음식을 준다. 타시는 아트의 어떤 욕망을 제거하기도 하지만 그를 둘러싸고 지켜주고 어느 선까지는 그를 최대한 자라게 했다.

스크린샷 2025-07-22 224013.png 패트릭이 약올리며 먹던 바나나(자연의 음식, 맛있는 음식=욕망의 충족)도 아침에 보면 스탭이 갈아서 음료에 넣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가 더이상 자라지 못하자 그를 감싸던 통제의 막도 벗겨낸 참이다. 스탭을 동성으로 바꾸고, 이것도 소용이 없자 패트릭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패트릭을 만나는 것만으로 아트가 돌아오지 않자 이제 그녀는 pecado -죄를 저지르기로 결심한다.


Yo no sé si este amor es pecado 나는 이 사랑이 죄인지 모르겠어,

Que tiene castigo 벌을 받을 건지도,

Si es faltar a las leyes honradas Del hombre y de Dios 인간의 법과 신의 법을 어기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

Y aunque todo me niegue el derecho Me aferro a este amor 그리고 모든 것이 내 사랑에 대한 권리를 부정할 지라도 나는 이 사랑을 지킬 거야


타시에게 테니스는 인생 전부를 걸 수 있는 것이다. 몸과 마음, 머리와 열정 모두를 다 쏟아부었고, 재능을 가졌어도 자만하지 않고 노력한 그녀의 모든 것이다. 타시가 자신의 테니스를 잃고 그걸 모두 아트에게 쏟아부었기에 아트는 자신의 실력이 자랄 수 있는 모든 걸 공급받고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노래가 끝나고 무언가 결심한 듯한 타시가 패트릭에게 연락해서 '져달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아트에게 용서받지 못하기 이전에, 타시 자신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가 된다. 타시는 스스로 결코 하지 않았을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이 사랑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그러니까, 이 노래는, 죄를 지어서라도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아트를 사랑한다는 타시의 고백이다.


CHALLENGERS_19.gif 아트가 먹는 것은 비록 맛은 없을지언정 아트를 튼튼하게 해주는 타시의 사랑인 것(핑크핑크하다).
녹음 2025-07-23 154957.gif 이 자세는 타시가 부상당했을 때와 비슷한 자세인데 아트는 부상당하지 않는다

아트와 타시의 관계는 금방이라도 부서질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아트의 희생과 타시의 사랑은 둘의 연결을 생각보다 튼튼하게 만들었다. 경기 후반부 아트와 패트릭이 진짜 둘만의 경기를 시작하는 랠리에서 아트의 무릎은 부상당하지 않고 튼튼하게 버텨낸다. 사랑을 먹고 튼튼하게 자라 부러지지 않는 아트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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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반에서 숨기고 있던 아트를 향한 타시의 사랑은 그녀가 저지르는 죄를 통해 드러난다. 타시와 아트의 결혼생활은 타시의 부상으로 스스로 올라가지 못하는 사회적 지위를 아트가 대신해서 올려주고, 대신 아트는 타시를 독점하는 교환으로 이루어진 위태로운 균형이었다. 이 균형이 깨졌음을 확인하던 날, 그제서야 타시의 사랑이 영화 전면에 등장한다. 패트릭과 자고 져줄것을 요구하는 괴상한 방식으로. 비록 그 방법이 타시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타시가 얼마나 아트를 사랑하는지가 -아이러니하게도- 드러난다.


이 곡이 이별의 발라드로 해석되었을 때는 이 영화가 끝나고난 후 아트는 타시와 헤어지고 패트릭과 만날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하지만 침실에서 깨지는 균형은 8년간 유지되었던 불안정한 균형이고, 이 '욕망의 교환'이 깨지고나서야 둘은 오히려 민낯의 감정 위에 제대로 놓이는 것이다. 그들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애초 공격적인 남성성의 피해자라는 연대에서 시작한 관계는 '릴리'라는 가족의 연결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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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사라진 오랜 부부관계를 상징하는 듯한 아트와 타시는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도 신뢰와 애정이 둘을 얼마나 공고히 묶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패트릭으로 인해 열정을 찾아온 아트는 아마도 타시의 감정을 처음 보듯 바라보며 새로운 감정의 교류를 시작하지 않을까? 결말 이후 둘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것이다.



2025.7.23

타시의 음악 끝.


- Pecado는 이 사랑이 죄라는 뜻이니까 곡 자체의 의미로는 곡 이후에 이어지는 패트릭과의 불륜이 타시의 사랑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 곡이 패트릭과의 사랑을 의미한다면 패트릭과 만나는 장면에서 나올텐데 그게 아니었고, 패트릭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이 둘의 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또 다른 곡이 나오기 때문에 이 곡은 타시와 아트 사이의 곡, 정확히는 아트를 향한 타시의 마음을 드러내는 곡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주로 차용하는 중의법으로 해석해도 '타시의 죄=패트릭과의 불륜'은 표면적인 해석으로 보인다.


- 타시의 음악리뷰는 끝났고 이제 장면들 리뷰와 패트릭 음악 리뷰, 각 캐릭터 리뷰와 전체 리뷰가 남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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