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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계약인간 07화

회사의 얼굴

by 소소산

면접비가 회사의 마지막 이미지(#면접비는 볼펜 몇 자루)라면 인사 담당자는 그 회사의 첫인상이다. 대부분은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서류 합격 전화와 문자 한 통이 이어진다. 게 중에 ‘꽤 친절하네.’ 하는 인상을 받았던 곳과 같이 일했다면 아주 혼내주고 싶은 인사 담당자가 있었다.


친절했던 회사는 굉장한 CS 마인드로 무장된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전화로 면접 날짜를 안내한 후, 전화를 끊자마자 장문의 상세한 안내 문자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면접 당일에는 면접 시간 몇 십분 전, 건물 내 면접 장소에 대한 문자를 다시 보냈다. 내가 면접자로서 언제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구직자를 고객처럼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직자를 고객처럼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대로 인사 담당자 때문에 ‘이 회사는 엉망이네.’ 하고 합격 소식을 듣고도 반갑지 않았던 적이 있다. 구체적 장소가 결정되지 않았는지 다시 전화를 준다는 말을 듣고 기다렸지만, 면접일 전날 해가 넘어가도록 알림이 없었다. 결국 담당자가 퇴근하기 전에 먼저 전화를 걸어 장소를 물었다. 그러나 다음 날 장소에 도착했을 때, 사람은커녕 일반적으로 붙어있는 면접 실시 안내 문구조차 보이지 않았다.


의아한 생각에 또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말했다. 장소가 변경되었으니 그리로 오라고. 스멀스멀 화가 올라왔다. 이 사람은 월급 받고 자기 일을 하는 건가 마는 건가, 월급 루팡인가? 면접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야 했던 일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면접이 끝나고, 건물을 나서는 길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렇게 기다리던 면접 안내는 해주지도 않더니만, 합격 통보(#참을 수 없는 채용의 가벼움)까지도 당황스러운 남다른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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