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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계약인간 06화

아가씨! ‘아저씨!’

by 소소산

계약만료로 퇴사한 회사에 재입사 면접을 보러 들어서던 길이었다.

“엇, 아가씨!”

작은 창에서 불쑥 얼굴이 나오며 정문을 들어서는 나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다시 오는 거예요?”

“아, 네. 되면 생각해 보려고요.”


이곳에서 나를 반기는 유일한 사람.

이곳에서 나를 반기는 유일한 사람. 정문 입구의 경비 아저씨는 어느 날인가 같은 버스에서 내리던 날, 내게 물었다.

“왜 이렇게 일찍 출근해요?”

“사람 많은 거 싫어서요.”

그는 내가 출근하면 회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었다. 업무를 같이 하진 않지만 옆자리의 동료나 다름없이 매일 눈인사를 주고받던 ‘동료’ 아저씨였다.


잘은 몰라도 경비직 역시,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구분되어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건물 담당 경비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을 때, 계약만료로 퇴사하셨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면접을 마치고 그곳을 나오며 그가 나와는 다른 정규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저씨가 그곳에 계속 남아 나처럼 2년을 머물다 가는 직원들과도 언제나 웃으며 인사하면 좋겠다고. 그와 내가 그랬듯이.

‘아저씨! 먼저 인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이곳은 직전 계약직 회사(#장기자랑은 사회생활)의 재입사 제안(#돌아온 그녀, 내정자)을 거절하고 들어간 회사였다. 붙여 쓴 열흘의 연차를 허락해 준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그 2주라는 달콤한 휴가는, 만일 계약직이 아니었다면 장기근속을 가능하게 했을 굉장한 유인(#왜 계약직을 하나요?)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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