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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계약인간 04화

국경일은 연차입니다.

by 소소산

첫 회사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연차’라는 것이 무엇인지 회사도 나도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사장은 직원의 퇴직금을 떼어먹으려(#퇴직금 없는 회사) 하고, 직원들은 돌아가며 토요일 출근을 하던 회사였다. 그러다 법정연차를 지키는 두 번째 회사에 들어가서야 근로자로서의 쉴 권리를 챙길 수 있었다.


야근 수당이나 연차 수당은 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그나마 잘 준수하고 있는 것이 법정연차다. 하지만 십 년도 더 전에 내가 다녔던 회사가 그랬듯 지키지 않는 회사들은 지금도 여전히 있다.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는데도.


내 거리 기준(#회사를 고르는 기준)에서 마음에 든 회사였다. 면접에서 나의 마지막 질문은 법정연차를 지키는지 여부였는데, 나이 지긋하신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여름휴가가 5일이고 개천절이랑 광복절인가……?” 말끝을 흐리며 확신이 없는지 인사 업무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을 그 자리에서 호출했다. 결론은 이랬다. 무슨, 무슨 국경일은 연차라고.


결론은 이랬다. 무슨, 무슨 국경일은 연차라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속으로만 황당함을 내지르며, 예의 좋은 면접용 웃음으로 끄덕였다. 면접일이 아니라, 면접일을 잡을 때 물었어야 했다. “법정연차는 지키나요?” 이 한 마디가 헛걸음을 막는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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