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바라키의 첫 번째 우프 호스트는 대나무밭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프랑스인 두 명과 미국인 한 명이 머물고 있었고, (이방인이 셋씩이나 있을 줄은 몰랐다.) 내게 주어진 방은 친구 사이인 프랑스인 두 명이 지내는 방 한쪽을 갈라놓은 곳이었다.
대나무밭을 소유한 호스트는 우리 넷을 대나무밭으로 보내 오전에 3시간, 오후에 3시간 대나무를 베어 오게 했다. 6시간 노동의 대가는 숙식 제공. 일반적으로 숙식 제공과 더불어 페이가 제공되는 호주와는 달리, 일본은 숙식만 제공되는 곳이 많았다. 서양인 세 명은 일에 익숙해진 듯 보였고, 모두 덩치가 커서 힘도 좋았다.
나라고 덩치를 핑계로 일을 덜 할 순 없었다. 없는 힘이지만 그들만큼의 몫을 해내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얻은 것은 몸은 작아도 열심이라는 우퍼들의 칭찬과 아침이면 제멋대로 흔들리는 손이었다. ‘하……. 누가 보면 수전증인 줄 알겠네.’ 불수의근처럼 좌우로 떨어대는 내 손이 대나무밭에서 나오는 뱀보다 더 놀라웠다. 하긴 어느 날 갑자기 매일 여섯 시간씩 날을 거르지 않고 톱질을 해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비가 오는 날만큼은 톱질을 쉴 수 있었다. 다른 밭에 씨를 뿌리거나 잡초를 뽑는 일은 톱질과는 다른 손 근육을 쓰는 일이었으니, 손에게는 나름 쉬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며칠 만에 대나무밭을 찾았을 땐, ‘우후죽순’이라는 말의 실체를 보았다. 사방 천지에 솟아 올라온 죽순. 그것이 다시 밭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이바라키 호스트에게는 앞으로도 쭉 수많은 우퍼들이 필요할 게 분명했다. (호스트는 재미있고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꼬박 한 달을 그곳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