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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산 Apr 20. 2024

벨 달린 기차

일본

생각해 보면, 외국 어딘가에 가는 일이 설레는 이유는 ‘벨 달린 기차’ 같은 것들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 내가 알던 버스가 앞으로 타서 뒤로 내리지 않을 때, 그 안의 동전통이 동전교환기였을 때, 왜 빵만 주나 의아했는데 직접 만들어 먹는 햄버거였을 때 등 ‘아하!’하고 맘속의 유레카를 외치게 될 때가 가장 짜릿하다. 종종 대처하느라 진땀이 흐르기도 하지만.        


습관대로 익숙하게 이용하는 버스, 기차, 지하철, 식당까지. 그 모든 것은 그저 우리끼리 정한 시스템이자 약속이라는 것을 다른 나라에서 전혀 다른 방식에 부딪힌 순간 여실히 깨닫는다. ‘아! 그러네. 기차라고 해서 하차 벨을 만들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어.’ 하고 말이다.         


마지막 이동 수단이었다. 이바라키 미토역에서 세 번째 정류장. 세 번째, 세 번째로 문이 열리기를 세고 있던 것이 문제였다. 나는 분명 문 앞에 꼭 붙어 서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나, 둘, 셋을 헤아리고 있었다. 그러나 기차 밖으로 발을 내밀었을 때는 이미 목적지를 지난 뒤였다. 하나에만 꽂히면 사람의 시야가 얼마나 좁아질 수 있는 건지…….      


여차저차 다시 반대쪽 기차에 올라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기차가 정차하자 문 옆의 버튼을 누르고 내리는 승객이었다. (버튼 자체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돌아온 내게는 그 자태가 참으로 우아해 보였다.) 사람이 없어 버튼이 눌리지 않은 대부분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처음엔 ‘웬 하차 벨?’하고 놀랐지만 기차라고 해서 벨이 있어서는 안 될 것도 없었다. ‘여름에는 덜 덥고, 겨울에는 덜 춥겠네. 에너지 효율이 좋겠군. 당연히 필요하니까 만들었겠지.’ 일본 도착 첫날, 벨 달린 기차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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