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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니까 좋아?

결혼을 하고 달라진 것들

by 소소 쌤

요즘 결혼 소식이 전해진다. 작년 한 해 한 건도 없었던 결혼 소식이 봄 꽃이 피기 시작하니 다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곳곳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마음이 기분 좋게 울렁거리는데 요즘 결혼 소식이 그 기분에 더해 나를 설레게 한다.


“결혼하니까 좋아?”


얼마 전 오래된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함께 하객으로 간 미혼의 친구가 내게 물었다. 나는 바로 답변하지 못했다. 내가 이 질문을 결혼 3년 동안 나에게 던져본 적이 없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수많은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함께 눈을 뜨는 아침, 손잡고 걷는 산책, 함께 먹는 밥, 시시껄렁한 농담, 든든한 위로 같은 것들과 함께 내 옆에 있는 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미소가 지어졌고 그것은 결혼이 좋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바로 “좋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결혼은 연애의 연속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여행하듯 삶을 살아가는 것’을 꿈꾸듯 연애하듯 결혼 생활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결혼은 물론 예상하긴 했지만 연애와 많은 점들이 달랐다. 우선 연애 때처럼 주말에 데이트를 위해 꾸미고, 외출하여 새로운 곳을 가고, 맛있는 걸 먹는 일들은 줄었다. 대신 집안일과 집안 행사를 주말에 하고 나면 거의 실신 상태로 모자란 잠을 자기에 바빴다. 우린 연애 때부터 싸우기도 부지런히 싸우는 편인데, 이젠 싸우고 나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잠시 숨고를 수 없이 매시간을 한 공간에 붙어 싸워야 했다.


무엇보다 결혼은 곧 ‘시댁의 탄생’이었다. 시부모님은 나를 귀하게 여겨주신다. 하지만 나는 원래 사람과의 관계에서 편한 타입이 아니고, 특히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 더욱 그렇다. 나의 부모님과도 3시간 이상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어 하니, 사실 나란 사람이 결혼을 한 자체가 미스터리일 수도 있다. 시댁이란 공간에선 내가 선택하지 않은 새로운 인간관계의 형성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시부모님이 강조하시는 ‘우리 네 식구’가 될 준비가 되지 못했으니 매번 명절과 한두 달에 한 번꼴인 집안 행사마다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티를 내지 않고 여전히 기본은 하는 며느리이길 원하며 내 나름 애를 쓰고 있지만, 3년 차인 지금도 시댁에 갈 때마다 위염이 찾아오는 걸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때때로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이 불편함에 대해 생각할 때 결혼은 역시 연애와 다를 수밖에 없음을 자각한다.


나는 그 사람과 행복하다.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 사니 좋아?’라고 물으면 ‘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결혼하니까 좋아?”라는 질문에 선뜻 답을 못하겠다. 결혼하니 생겨난 챙길 것들, 생각할 것들, 짊어져야 할 무게들을 함께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코로나 여파도 있지만 혼인율이 최저치를 찍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결혼과 출산은 우리 세대에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내가 결혼을 선택했을 때 그것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결정이었다.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각자의 삶에서 함께하며 행복하기를 선택한 것이기에 연애 같은 결혼을, 이상 같은 현실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기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생각일지는 모르나,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꽃피는 계절에 결혼을 앞둔 내 소중한 지인들이 결혼의 무게보다 함께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기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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