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Oct 27. 2024

브랜드의 언어를 마치며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언어는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생각의 도구이기도 하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습니다. 


언어가 브랜딩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쓰는 언어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친근하고 다정한 언어로 말하는 브랜드에 친밀감을 느끼고, 진정성 있는 언어로 말하는 브랜드를 신뢰하게 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언어 = 어조'라는 오류에 빠지지 않는 겁니다. 친근한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 브랜드가 해요체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메시지를 신경 쓰지 않고 어조만 신경 쓰면 본질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말하는 내용에는 공감도, 배려도 없는데 말투만 해요체를 쓴다고 친밀감이 느껴질 수는 없는 법이죠. 


언어는 메시지와 어조, 두 가지를 전달합니다. 그중 메시지는 말하는 사람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가치관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타고난 기질, 자라온 환경, 경험한 일들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말투는 따라 할 수 있어도 세계관까지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위 내용에서 '사람'을 '브랜드'로, '말투'를 '어조'로, '세계관'을 '메시지'로 바꿔서 읽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브랜드의 언어에는 그 브랜드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의 언어를 보면 창업자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철학을 갖고 일하는지가 보입니다. 이런 가치들이 메시지에 담기고, 고객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똑같이 책을 판매하는 서점 브랜드라고 해도, 지식의 전파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진 브랜드와,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안겨주겠다는 비전을 가진 브랜드가 쓰는 언어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브랜드의 언어에서 메시지가 어조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재글에서 브랜드마다 어떤 비전을 어떤 언어로 전달하고 있는지 살펴본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규모가 크든 작든, 기업이든 개인 유튜브든, 제 마음을 움직인 브랜드들은 설득력 있고 공감되는 언어를 쓴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브랜드의 고유한 철학과 비전을 분명한 메시지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언어 가이드라인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고객 언어로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는지 안내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UX 라이팅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의 세계관이 담기진 않지만 브랜드가 프로덕트로 제공하려는 효용과 가치가 사용자 언어로 잘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뿐입니다. 


카피라이팅 기술이나 UX 라이팅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메시지'가 없다면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비어 있는 껍데기일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 또는 프로덕트가 어떤 고객/사용자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하는 일입니다. 


이 브런치북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저는 언어가 가진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을 먼저 떠올리지만, 언어도 디자인만큼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처럼 저도 언어의 힘을 더 섬세하게 다룰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연재를 마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