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길이 아닌 나아갈 길을 말하는 사주
사주가 뭔지 잘 모를 때는 정해진 운명을 말해주는 점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 운명이 궁금할 때마다 사주를 보러 다녔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어떻게 해야 나아질지 족집게처럼 짚어줄 역술가를 찾아 헤맸지만 상담을 받고 나서 속이 시원했던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애매모호한 말 때문에 더 답답해지거나 상처되는 말 때문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죠.
"상사가 내 편이 아니야. 열심히 해도 직장운 좋은 사람 못 이겨."
"80점짜리 사주인데 120점 인생을 욕심내니까 힘든 거야."
"금 기운이 필요하니까 액세서리를 하고, 흰색 옷을 많이 입으세요."
답답해서 사주를 직접 공부해 보니 사주풀이는 운명을 읽어주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할 때 여덟 글자는 내가 태어난 년, 월, 일, 시에 따라 정해지지만, 그 팔자를 활용해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는 내가 정하는 거였어요.
‘운명’이라는 단어도 사전적 정의처럼 정해진 운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運 옮길 운, 命 목숨 명. 나에게 주어진 삶(명)을 내가 운전한다는 뜻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내 사주는 내가 볼 줄 알아야 한다'며 사주 셀프리딩을 강의하는 유튜버가 있습니다. 사주계의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도화도르님입니다.
道 '길 도'에 化 '될 화'를 쓰는 '도화도르'라는 네이밍은 '가는 곳마다 길이 된다'는 뜻으로 사주를 능동적인 삶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도화도르는 이 의미를 여러 채널과 서비스에서 네이밍과 태그라인을 통해 일관성 있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도화지' 레터: 길이 되는 월간 운세
'도화록', '도화첩' 클래스: 내가 어딜 가든 길이 되어주는 셀프 사주리딩 강의
'도화로운' 홈페이지: 직접 인생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사주명리
이 중 도화지는 '길이 된다'는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무료 운세 레터입니다. 사주팔자 여덟 글자 중 일주 두 글자를 입력하고 구독을 신청하면 매달 자신의 일주에 맞는 운세를 받을 수 있는데요, 잡지의 '이 달의 운세'처럼 이번 달에 나에게 생길 일을 예측해 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길이 되는 운세'라는 컨셉에 맞게 현재 운의 흐름은 A인데, 앞으로는 B의 운이 다가오니 어떤 전략과 태도로 한 달을 보내면 좋을지를 조언해 줍니다.
매달 레터에 공통으로 쓰이는 제목과 인사말에는 월간 운세 예측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전하는 레터라는 컨셉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쓴 개인화된 편지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광고성 뉴스레터와 달리 매달 레터가 오는 날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16가지인 MBTI와 달리 일주는 60가지이기 때문에, 실제로도 엄청난 정성이 들어가는 개인화 레터가 맞습니다.)
[제목] 9월 계유월, OO님을 위한 지혜
[첫인사] 한 달에 한 번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맘으로 9월 도화지를 쓰고 있는 도화도르입니다.
[끝 인사] 이번 달도 일상 속에서 밝게 빛날 OO님, 응원합니다.
도화지 레터를 읽으며 생긴 궁금증을 유튜브 콘텐츠로풀다 보면, 사주가 미신이 아니라 삶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는 믿음을 주는 언어를 만나게 됩니다.
일간별로 일지에 오면 좋은 글자의 순위를 매기거나, 특정 일주의 단점을 부각해 자극적으로 평가하는 사주 콘텐츠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주는 목, 화, 토, 금, 수의 오행이 서로를 생하기도 하고 극하기도 하면서 음과 양의 균형을 맞춰가는 동양 철학입니다. 자연의 사계절이 순환하듯 좋은 운과 나쁜 운도 번갈아 찾아올 뿐, 잘나기만 한 사주도 못나기만 한 사주도 없습니다.
도화도르는 모든 콘텐츠에서 공통적으로 '누구나 사주에 장단점이 있으니 나를 잘 알고 노력의 방향을 잘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내 사주에 재물을 뜻하는 재성이 없다고 해서 거지의 사주라고 볼 수도 없고, 특정한 귀인이 없다고 해서 실망할 일도 없다고 말합니다.
사주의 기반이 되는 주역이 워낙 오래된 학문이다 보니, 기회가 제한되어 있던 신분제 사회에서는 좋지 않게 봤던 개념들이 있습니다. 역마살, 도화살, 화개살처럼 煞 죽일 살을 이름에 붙인 기운들인데요, 도화도르는 내 사주에 이런 살이 있을 때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유리한지를 쉽게 풀어줍니다.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매력이 돋보이는 기운인 '도화살'의 경우 과거에는 시어머니들이 남편 잡아먹는 사주라고 해서 좋지 않게 봤지만, 현대에는 인플루언서로 성공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해석하는 거죠.
이렇게 사주를 긍정적, 능동적으로 해석하는 유튜브와 젊은 역술가 분들이 요즘 많습니다. 하지만 생소한 용어와 한자가 많고, 글자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야 하는 어려운 내용을 가장 쉽게 설명해 주는 사주 콘텐츠는 도화도르라고 생각합니다.
도화도르가 일타 강사처럼 포인트를 쏙쏙 짚어주며 콘텐츠를 쉽게 만드는 이유는 '사주 셀프리딩'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가장 뚜렷한 해답을 얻으려면 내 인생의 경험치와 데이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내가 직접 사주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도화도르님이 자신을 소개할 때 사용하는 '사주팔자 쉽게 풀어주는 남자'라는 태그라인은 이런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도화도르는 수동적인 운명론이었던 사주를 능동적인 자기 계발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의 비전을 누구에게 어떤 언어로 전달하고 있는지, 저는 이렇게 정리해 봤습니다.
비전: 정해진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사주명리 콘텐츠
타깃: 내 사주를 직접 풀이하고 삶에 적용해보고 싶은 사람들
언어: 기존 사주풀이의 한계를 넘어, 현대적이고 진취적으로 사주를 쉽게 알려주는 언어
사주 공부는 나를 공부하는 일입니다. 저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친구의 소개로 도화지 운세 레터를 알게 되었고, 도화도르 유튜브를 계기로 사주를 공부하며 나를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주 공부로 아직 제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인생의 답을 구하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모든 답은 나에게 있으니까요. 상처가 되었던 사주를 긍정적으로 다시보게 해 준 도화도르님과 젊은 역술가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