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줄 일기가 한 페이지가 되기까지

쓸수록 할 말이 많아지는 이야기 '일기'

by 소소블

색깔은 검정,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는 귀여운 인상이다 1년을 담아내기에 충분할 만큼 두툼해 보였고 무엇보다 다 채우고 나면 나만의 이야기로 한 권이 완성되는 형태가 몹시 설레었다




5년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었을 때 알게 되었다 5년 다이어리가 내게 허용한 하루 넉 줄이라는 지면은 무척 비좁다는 사실을


게다가 안 그래도 못난 글씨들이 여백 없이 그 넉 줄에 엉겨 붙은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보다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아니 쓰다 보니 쓰고 싶은 게 많은 사람으로 변한 건가?' 이유야 어쨌든 내가 보낸 일상의 나열만으로도 네 줄은 부족한 게 분명했다 이런 나의 깨달음을 눈치챈 유튜브 알고리즘이 [몰스킨 데일리 포켓 다이어리] 영상으로 친절하게 안내해 준 것이 네 줄에서 한 페이지의 일기 다이어리를 추가한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가로 9센티 세로 14센티의 작은 이 다이어리는 하루에 한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1년 365일을 이 한 권에 쓸 수 있다

몰스킨포켓2026_썸네일.JPG 몰스킨 데일리 포켓 다이어리


그럼 어떻게 일기를 하루에 네 줄 쓰던 사람이 한 페이지라는 커다란(?) 지면으로 다가서게 됐을까?


그건 바로 5년 다이어리에 나열하는 나의 일과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나는 내 선택들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단 네 줄에 기록하기에는 그 선택에 대한 변명이나 내 계획대로 잘 보낸 날에 대한 뿌듯함을 맘껏 표현할 수가 없어서 아쉬울 때가 종종 있었다 하다 못해 신랑이랑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날, 한강에 가서 강바람을 맞으며 러닝을 한 날, 몇 년 만에 만난 친구와의 시간, 결혼기념일을 맞아 1박 2일로 고성에 다녀온 날 등 단조로운 내 일상에도 영화, 러닝, 친구, 여행 등 나름 특별하게 여겨지는 날은 마음껏 그날의 기억을 한 페이지에 가득 담아내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를 한 페이지에 기록하는 루틴을 2023년부터 추가했다 나의 하루를 네 줄로만 쓰다가 한 페이지라는 공간이 생기니 이전에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의 부담보다는 설렘이 이번엔 훨씬 크게 다가왔다 마치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겨서 책상과 옷장은 어디에 둘까 하는 식의 신나는 마음이.




그렇게 이어온 한 페이지씩의 일기 쓰기 루틴도 올해가 2026년이니까 이제 4년 차가 되었다


그럼 그 일기 두 권을 매일 빠지지 않고 쓰냐고 물어본다면? 내 답은 NO! 다 크게 어디가 아프거나 하지 않으면 5년 일기는 빠지지 않는 편이지만 하루에 한 페이지로 구성된 다이어리는 군데군데 빈 페이지로 남겨두는 날도 꽤 있다 특히 힘든 감정을 글로 기록하면 더 깊게 그 감정이 내 몸에 스며드는 듯해서 오히려 빈 페이지로 놔둔다 또 SNS에 기록 과정이나 결과물을 올리다 보니 빈 공간이 눈에 거슬려 일부러 꾸며도 보고 어떻게든 몇 줄이라도 더 써서 페이지를 채우려 했었다 하지만 그런 페이지와 기록은 어쩐지 보는 분들을 위한 것도, 나를 위한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그저 쓰고 싶은 만큼만 쓴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5년 일기는 일과 중심의 키워드로 매일 기록하고 그날그날 더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날은 자그마한 몰스킨 다이어리에 한 페이지를 쓰는 기록 루틴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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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에 정답은 없다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흘러가는 내 하루를 남겨보고 싶다면 일단 몇 줄이라도 써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한 페이지로 늘어난 나만의 이야기가 이내 한 권으로 탄생하는 경험을 하고 싶어 질 테니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