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통계의 지옥(?)에서 살아남기

숫자 속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는 법

by 소소연

사회봉사단에 온 뒤, 예상치 못한 적과 마주하게 됐다. 바로 보고서와 통계였다.


미디어팀 시절에도 성과 보고서를 만들긴 했지만, 그건 주로 클릭 수, 조회 수, 반응률 같은 ‘즉시 보이는’ 수치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학생 봉사 시간, 참여 인원, SDG 목표별 프로그램 실적, 예산 집행 내역… 숫자의 종류가 끝이 없었다.


발령 후 특히 더 숨이 가빴던 이유는, 사회봉사 30년을 맞아, 그동안의 발자취를 보여줄 각종 통계 작업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연도별 통계로 30년 동안의 총 봉사 시간과 인원 변화를 정리했고, 학년별·전공별 봉사 유형 분석, 분야별(교육·환경·문화·복지) 참여 비율도 뽑았다. 그동안 진행되었던, 기획봉사, 해외봉사, 외국인, 어린이, 어르신들을 위해 진행되었던 많은 봉사들과 환경과 맑은 물에 대한 새로운 봉사들도 추가되다 보니, 더 많은 데이터들에게 둘러 쌓이게 되었다.

여기에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전국 대학 사회봉사 통계, 단과대학별 교육봉사 현황, 심지어 ‘ 모니터링 보고서 중 사회봉사 영역’까지 작성해야 했다.


다운로드한 엑셀 파일만 수십 개. 시트 안에는 수천 개의 행과 열. 셀을 하나 잘못 건드리면 전체 합계가 틀어지고, 도표는 엉뚱한 그림을 그렸다. 화면을 확대했다 축소했다 반복하다 보면 눈이 아려서 글자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이 많은 일들을 실무 경험 2개월 차인 내가 해도 되는 것인가를 매일매일 야근하면서도 고민을 하게 되었다. 누락되면 어쩌나, 통계의 포인트를 잘못 잡으면 어쩌냐?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쯤 되면 사회봉사단이 아니라 사회통계단 아닐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계속 통계를 돌리고, 데이터를 보고, 수치를 반복적으로 보고서 통계로 내다보니, 학생들의 봉사 시간과 참여 내역을 하나하나 자세히 확인하게 되었고, 그 숫자들이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어떤 학생은 매주 수요일일마다 단체에 나가 식사를 대접하는 시간들이 있었고, 또 다른 학생의 일지에는 환경정화 활동 중 만난 이웃과의 짧은 대화가 담겨 있었다. 어린이들을 만나고 온 학생들은 작은 부분이나마 어린 친구들과 다양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즐거웠었다고 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보고서의 진짜 목적은 숫자를 모으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통계표 한쪽에 간단한 메모를 붙이기 시작했다. ‘어르신과 첫 악수’, ‘쓰레기봉투보다 무거웠던 대화’, ‘웃음으로 끝난 민원’… 숫자만 보면 잊힐 순간들이, 메모 덕분에 살아남았다.


물론 보고서 작업은 여전히 쉽지 않다. 데이터 누락을 막기 위해 몇 번이고 대조해야 하고, 표 하나를 수정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표들이 무너진다. 그래도 알게 됐다. 이 모든 수치가 모여야만 교육부, 학교, 지역사회에 ‘우리가 무슨 일을 해왔는지’ 설득할 수 있다는 걸.


이제 나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첫 줄에 이렇게 적는다.
“이 보고서 속 모든 숫자는, 누군가의 하루이자 이야기입니다.”
그 문장을 보며 데이터를 정리하면, 지루하고 복잡한 작업도 조금은 덜 버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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