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처리와 갈등의 기술

by 소소연

“선생님, 왜 제 봉사 시간이 인정이 안 되죠?”

“이건 학교 규정이 너무 불합리해요!”


사회봉사단으로 온 이후, 하루에도 수십 번은 이런 전화를 받는다. 민원 전화가 울리면 또 어떻게 학생들을 달래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미디어전략팀에서 업무 전화를 받아본 경험은 많았지만, 그때는 ‘팩트’만 설명하면 됐다. 하지만 여기서의 민원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상대 학생의 불만, 혹은 답답함이 그대로 목소리를 타고 전해졌다.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은 지켜야할 수업을 안 듣거나, 퀴즈를 안 했거나, 봉사시간이 부족하거나, 보고서를 시간내 못 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정상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가 더 큰 불만을 사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울먹이며 “저는 진짜 열심히 했는데요”라고 항의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도 흔들렸다. ‘이 학생에게 좀 더 시간 적 여유를 주면 어땠을까?’하고.


어떤 사람한테는 융통성 없는 또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민원 처리는 단순히 규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룰을 알려 주는 행위라는 것을.


나는 작은 루틴을 만들었다. 전화를 받을 때는 먼저 “네, 마음이 많이 속상하시죠?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안 하셨어요?”라고 말하며 현재 상태를 알려 준다. 그 후 상황을 차근차근 풀어 설명했다. 그러면 대부분은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한 졸업예정자와의 갈등이었다. 해당 학생은 봉사를 다 끝내고 소감문 보고서를 입력하지 않았다. 관련해서, 여러 차례 안내가 나갔지만, 학생은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제대로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다음날은 소속 단과대학을 통해서 민원을 제기했고, 그다음 날은 국제처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또 잘 설명해 주고 나면, 다음날은 부총장실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 잘 설명해 주었는데, 다음날은 남자친구의 엄마와 누나까지 찾아와서 사무실에서 언성을 높혔다.


학생이 밟아야 할 절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무작정 학생들의 성적은 인정되지 않았다. 약속을 지킨 수많은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무척 어이가 없는 상태지만, 화도 나지 않았다. 차분히 전화로, 메일로, 대면으로 주고받으며 ‘왜 이 규정이 필요한지’,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 좋을지’를 이야기했다.

그 후 학생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다음 학기에 다시 해당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 경험을 통해 알았다.

갈등은 결국 정확한 룰을 가지고 있어야 풀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핵심은 모든 사람에게 시간과 약속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빠른 대응과 명확한 메시지, 단호함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라서, 평상시에 사람들과 편안하게 지내기를 좋아하는 내 성격과는 잘 안 맞는다.

그러나 그래도 나 자신도 조금은 룰을 잘 지키게 된 것 같아, 드디어 어른이 된 느낌이 들었다.


퇴근 후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민원은 귀찮은 일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훈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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