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배운 하루
부서 발령을 받고 두 달쯤 지났을 무렵, 내게 굵직한 프로젝트 하나가 떨어졌다.
제9회 세븐틴 하트 페스티벌.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주제로 하는 축제로, 그동안은 서울에서만 진행되던 행사였다.
올해는 처음으로 우리 부서까지 확장해서 진행하게 되었고, 나는 그 기본 틀을 잡아야 하는 실무를 맡았다.
처음에는 막연했다.
‘이렇게 규모 있는 행사를 우리가 다 준비한다고?’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할 일은 기획의 기본 틀을 짜고, 운영의 방향을 세우는 것이었다.
행사의 전반적인 구성, 학생기획단 운영, 부스 운영 지원, 전문가 특강 준비… 하나하나 리스트를 만들고 틀을 잡았다.
그러면 각 항목별로 다른 직원분들이 전문 분야를 내세워서 함께 세부작업을 진행해 주는 방식이다.
사실 서울에서는 9년 동안이나 진행되었었기 때문에 하던 방식으로 계속 운영하면 되는 거지만,
우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모으고, 흉내 내는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이들이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 이미지파일와 공간, 예산까지 자급해 오고, 정리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참고하고, 적극적으로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행사 당일, 행사장 주변 호수에는 형형색색의 부스와 배너가 세워졌다.
누구도 행사장으로 쓸 거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장소라지만,
내가 보기엔 젤 좋았던 장소라서 추천한 것이 잘 먹힌 듯하다.
사진도 잘 나왔다.
각 14개 기관이 함께 해 주어서,
걱정인형 만들기, 17개 색 반지 만들기, 기후위기 퀴즈, 글로벌 푸드 시식, 바다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까지
이틀 동안 멋진 축제였다.
전문가 특강에서는 환경·사회 분야의 연사들이 현장의 목소리와 지속가능한 실천 방법을 들려줬다.
학생들은 메모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질문도 적극적으로 이어졌다.
내가 담당한 부스 중 하나에서 한 학생이 인형 머리띠를 쓰고, 사진을 찍으면서 물었다.
“선생님, 사회혁신과 사회봉사는 어려운지 알았더니, 재미있는 것들이었네요.”
“네, 많이 홍보해 주세요. 세하페에 참여해주시고, 이런 적극적인 행동들이 모이면 재미있으면서도,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있어요.”
2일간의 행사는 예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
물론 중간에 재료가 부족해 급히 조달하거나,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부스를 옮기는 일도 있었지만, 모두 잘 해결됐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배우고 즐기는 모습을 보니 ‘이게 바로 축제의 힘이구나’ 싶었다.
행사가 끝난 뒤, 텅 빈 부스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서 만들어진 연결과 웃음 속에 있다.
제9회 세븐틴 하츠 페스티벌은 그렇게 나의 첫 대형 행사이자, 우리 부서 확장의 의미 있는 첫 발자국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