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서로 출근한 첫날, 사무실 문을 열자 공기가 달랐다.
전 팀은 파란 하늘과 나무들이 보이고, 새로 산 하얀 가구와 PC들이 있었고, 늘 모니터 불빛과 키보드 소리가 가득했지만, 여기는 뜨거운 공기와, 습한 지하실 냄새, 화학약품 냄새, 그리고 묘한 사람 냄새가 났다.
한쪽 면은 반지하면서 한쪽 면은 호수라 불리는 인공연못이 있는 환경이다.
새로운 지역, 새로운 건물, 새로운 층, 새로운 부서는 낡고 오래되고, 바닥에서는 물이 저걱저걱 밟혔다.
쫓겨나고 버림받았다는 마음을 더욱 불러오는 충격적인 상태였다.
순간, 나는 ‘아, 여긴 내가 잘하던 세계와는 전혀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예산부서와 컨택하고, 환경을 바꾸어야 내가 살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전에는 아무도 요청하고 있지 않았다는 생각까지 가니, 말을 꺼내는 순간 "내 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회의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런 환경에서도 “이번 학기 사회봉사 교과목 성적 처리가 1,000명 이상이고, 신규 봉사기관도 발굴해야 해요. 사회봉사 교과목 교수님들 컨택 일정은 이달 말까지 마무리해야 합니다.”, "30주년 책자도 만들어야 하고, 세하페도 해야 합니다." 듣는 모든 것이 일이었다.
나는 조용히 아이패드를 열고 ‘설마 이 많은 일들을 다 해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빽빽하게 적었다.
그날 오후, 전임자가 업무인수계를 하러 와서 사회봉사 소감문 보고서를 읽게 되었다. 어떤 학생은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주며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학생은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어떤 학생은 지역아동들을 위한 체육수업을 개설했다. 좋게 보이는 한편,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져서 자발적으로 하는 봉사 일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새 부서 팀장은 말했다. “우리는 단순한 사회 봉사 활동이 아닌 사회봉사 교육으로서 이들의 경험이 잘 평가되고 기록되도록 돕는 일을 해요.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사회봉사 프로그램은 내게 낯설었고, 민원 전화는 하루에도 수십 통이 쏟아졌다.
“제 성적이 왜 이렇게 나왔죠?”라는 질문부터, “봉사 시간 인정이 안 된다”는 항의까지.
처음엔 짜증이 났다.
항상 착하고 바르게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는 사람들만 보다가
막무가내로 예의가 없는 학생들과
"좋은 게 좋은 거다", "다 받아 주어라"를 시전 하는 이 동네 분위기가 낯설었다.
학생이 원래 이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동안 모르던 세계였던 것인지
동일한 회사에 다른 부서가 맞는 것인지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며칠 뒤, ‘글로벌사회혁신단/사회봉사단’ 워크숍에 참석하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 사람을 바꾸는 사랑.
좋은 말은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내 영혼만 빼고)
단에 관련된 회의를 하다가 보니, 처음엔 말없이 들었지만, 문득 ‘콘텐츠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부서에서 하던 일을 여기서도 쓸 수 있겠다는 희미한 가능성이 보였다.
‘나도 이 일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사회봉사 스토리를 읽으며, 그리고 동료들과 작은 아이디어를 나누며 내 안에서 무언가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불씨였다.
그날 퇴근길, 나는 오랜만에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낯선 자리에서 다시 배우는 중. 이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