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하는 통근버스 여행

by 소소연

나는 그동안 출근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여겼다.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

25년을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늦잠을 자든, 마음만 먹으면 곧장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살았다.

출근길은 습관처럼 익숙했고, 그 익숙함은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새로운 부서, 새로운 자리, 그리고… 처음 타보는 통근버스.

평생 일어나 보지 않은 시간.

집 앞에서 걸어서 5분이면 닿는 정거장. 거기서부터 두 시간이 시작된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고 거대한 떠남이다.


버스에 오르는 순간부터 낯설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버스 안의 공기조차도 내 것이 아니다.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는 지금, 어디로 끌려가는 걸까?'


예전엔 눈 감고도 갈 수 있던 거리였는데,

지금은 웹소를 수십 개 보고,

웹툰도 다 보고,

새로 나온 음악을 다 조회하고,

지도를 몇 번씩 확인해야 도착지를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어제와 다른 새로움 속에 던져진다.


통근버스 안은 말이 없다.

말 대신 적막이 있고, 때로는 깊은 한숨이 있다.

그 안에서 나는 가만히 존재하는 사람 중 하나로 섞여든다.


어떤 날은 눈을 감고 있고,

어떤 날은 멍하니 바깥을 바라본다.

그럴수록 마음속의 우울함은 점점 더 짙어진다.


익숙했던 삶에서 갑작스레 이탈된 느낌.

아무런 선택권 없이 정해진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몸.

이동하는 중에도 마음은 제자리에 남겨진 듯하다.


목이 아팠다.

허리도 아팠다.

다리도 아팠다.

온몸이 저려 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침 햇살에 반짝이기도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에게는 더 쓸쓸하게만 보인다.


아무도 없는 들판, 아직 문 열지 않은 가게들,

정리되지 않은 길가의 쓰레기봉투들.

모든 것이 정지된 채, 나만 달려가고 있는 기분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래도 통근버스가 있어서 다행이네."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매일 아침 두 시간 운전을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어야 했을 거다.


하지만 그 ‘다행’이라는 말이 내게 위로로 다가오진 않는다.

언제부터였을까.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해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워졌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기분이다.

몸은 나가야 하고, 마음은 남고 싶다.


버스는 달린다.

나는 그 안에 타 있다.

달리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도 무사히 도착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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