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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Sep 16. 2023

맨발 걷기

맨발 걷기 


새벽 다섯 시면 눈이 떠진다. 몸이 찌뿌둥하다. 푹 잔 게 아니다. 누워있어 봤자 잠도 오지 않는다. 40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 수면의 질이 안 좋아졌다. 머리를 대충 매만지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관사 밖은 아직 어둑하다. 별은 새벽에 더 빛을 내는 것 같다. 초승달 밑에 자리한 샛별은 더 그렇다.


5분쯤 걸어가면 동산이 나온다. 등산로 입구에는 해충 퇴치기가 있다. 해충 기피제를 몸에 뿌린다. 모기를 쫓으려는 게 크지만. 향이 좋은 이유도 있다.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봄에는 새가 활기차게 울더니, 가을에는 풀벌레가 잔잔하게 운다. 조금 걷다 보면 어김없이 거미줄에 걸린다. 내가 첫 손님인가 보다. 끈적이는 게 얼굴에 묻으면 기분이 안 좋다. 불청객 때문에 아침을 공칠 거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10분쯤 더 걸으면 목적지인 대학 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은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이름도 없는 동산 정상에 있다. 크기는 축구장만 하다. 공원 가운데는 잔디가 심어졌다, 둘레는 흙길이다. 도심에 있어 많은 주민이 온다. 이른 시간인데도 어르신 여러 명이 운동 기구에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나는 턱걸이부터 한다. 서너 개가 전부지만, 하고 나면 몸이 조금 풀린다. 공원 의자에 앉아 양말을 벗는다. 나는 요즘 맨발로 걷는다.


맨발로 걷는 게 혈액 순환과 자세 교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맨발로 걷는다. 절반 가까이 신발을 신지 않는 것 같다. 맨발로 걸으면 땅의 촉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다. 흙은 촉촉하고, 풀은 보드랍다. 모래는 까끌까끌하다. 가끔 밟는 날카로운 자갈에 "악" 소리를 내기도 한다. 한 발짝 뗄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든다. 내가 살아 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열 바퀴쯤 들면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발바닥에 묻은 흙과 모래는 이슬을 머금은 잔디에 대충 턴다. 상쾌하다. 그때쯤이면 멀리 여명이 밝아 온다. 


한 시간쯤 운동하고 나서 몸을 씻으면 개운하다. 운동화를 신고 달릴 때와 차원이 다르다. 힘을 쓴 게 아니라 활기를 얻은 것 같다. 허기져서 아침도 맛있다. 게다가 무좀과 각질도 조금은 사라진 듯하다. 허리가 안 좋은 내겐 가장 좋은 운동이다. 이 좋을 걸 이제야 알았다.


맨발 걷기를 어싱(땅(earth)과 현재진행형(ing)의 합성어)이라고도 한다. 지구와 우리 몸을 접촉함으로써 지표면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우리 몸으로 흡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쁜 일상에서 잡념을 없애고, 활력을 얻고 싶다면 맨발로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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