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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산책 Sep 11. 2020

제때에 풀어주지 않으면 단단하게 꼬이게 마련

마스크 목걸이도 인간관계도

   며칠 전 한 아이가 마스크 목걸이가 묶였다고 나에게 말했다. 다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잘 풀어보라고 말하며 지나쳤다. 

  며칠 후, 급식실에서 주인 없는 마스크 목걸이가 있다며 다른 아이가 나에게 가져왔다. 본 순간 누구의 것인지 바로 알았다. 일전의 그 아이의 것이었다.

  그때 언뜻 봤던 모양보다 더 단단히 묶여 있었다. 문득


 제때에 풀어주지 않으면 더 단단히 꼬이게 마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줄만 그럴까? 인간관계 또한 그러하겠지.

  가장 가까운 신랑부터 우리 집 아이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 내 주변의 그 누구와도 꼬인 문제를 제때에 풀지 않으면 관계의 골이 깊어진다는 것을 안다.

  꼬인 줄을 보며 인간관계에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신랑과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무척 피곤한 날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급하게 내야 할 평가서와 계획서가 있었으며, 몸은 천근만근인데 우리 집 밥 당번은 나다. 돌아가면서 하는 당번이 아니고, 그냥 매일 나인 것이다.(신랑은 설거지 당번!)     


  집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바로 누워 이완 명상 유튜브를 틀어놓고 몸을 내려놓았다. 그러니 저녁 식사는 준비되어있지 않을 수밖에.

  그래도 여차저차 밥을 해서 스팸과 먹는데 신랑이 한마디 했다.


냉장고에 있는 두부 어떻게 해야지.

 

  두부를 반절만 요리해 먹고 반절은 반찬 통에 넣어둔 걸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이 왜 ‘지금 당장 이 두부를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지’로 들린 걸까?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 당신이 해.

- 그게 무슨 말이야?

- 뭐가 무슨 말이야. 당신이 하라고. 나보고 하라는 뜻이잖아.

- 그런 뜻이 아니잖아.

- 그런 뜻이 아니라고? 음식을 내가 하는데?

-...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냥 ‘그러게. 그걸로 뭘 해 먹지?’라고 말하거나 ‘내일 해 먹자.’라고 말했으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대화였다. 또는 내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으니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했다면 상황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런 생각은 꼭 상황이 나빠지고 나서야 생각난다. 그래서 사람은 매일 반성을 하며 살아야 하나 보다.) 

불편한 대화 후 적막이 흐르자 나는 속으로 ‘워~ 워~ 진정해’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났다. 명상을 하면 뭐하겠나. 당장 몸 상태에 따라 이렇게 변덕스러운 말과 행동인 것을.


  고로 나는 오늘 신랑과 대화가 필요하다. 어제 저녁 식사 후, 우린 조금 어색하니까. 꼬인 매듭을 풀어야지. 우선 당장은 아이의 마스크 목걸이를 풀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어야겠다.    

 



  냉장고에 있던 두부의 소식을 전한다. 익은 김치를 맛있게 볶은 다음, 두부를 찜통에 넣어 찌려고 꺼내보니 쉬어 있었다. 신랑에게 면목이 없기도 하고, 아무 말도 안 하고 넘어갈 수도 없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두부가 쉬었네. 볶음 김치만 먹어야겠어.

  어제와 다른 나긋한 말투에 신랑은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볶음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음식을 나만 한다고 불만이 생기다가도 맛있게 먹는 것만 봐도 고마울 때가 있으니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이지 싶다.


  관계의 문제도 제때에 풀어야 하겠지만 음식 재료도 제때에 요리해 먹어야겠다. 일상이 배움이다.



* 커버 이미지 출처: pik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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