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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ther Oct 15. 2023

커피와의 이별 선언

내면으로 긍정적 메시지 전달하기

커피와의 이별 선언

나의 내면으로 긍정적인 메시지 전달하기

직장에서 여럿이 함께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2박 3일 출장을 갔다. 화요일 아침끼니 대신 브런치를 먹으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든든하게 마셨다. 아침에 출근하여 커피 한 모금과 함께 업무를 시작한 지 십여 년 정도 된 듯하다. 지금처럼 주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소규모 카페들이 골목마다 있지 않았고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대부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카페베네가 한창 인기가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나의 커피와의 본격적인 인연은 고질적인 갑상선저하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자 일상생활이 피곤하고 힘들었고 직장에 늘 비치되어 있던 커피메이커 커피를 마시니 확실히 에너지가 올라오는 듯했다. 커피 맛도 모르고 출퇴근 에너지 보충을 위해 마시다가 점차 커피 향과 맛에 조금씩 눈을 뜨고, 지친 하루에 커피가 주는 심리적 여유를 사랑하게 되었다.


커피나무 종류나 재배지역, 로스팅 방법 등에 따라 가지각색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커피의 세계가 좋았다. 커피가 없는 하루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당연히 제 시간이면 마셔야 하고 주변 사람들도 같이 블랙블러드 수혈시간이란 농담을 주고받으며 으레 서로의 커피를 챙겨주었다.


한 번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파 두통약을 먹은 적이 있다. 약발이 잘 받는 나는 보통 두통약을 먹으면 30분 내로 해결이 되는데 그날은 두통이 멈추질 않았다.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오늘은 약이 잘 안 듣네 정도로만 여겼다. 그리고 생각 없이 커피를 내려 마셨는데 두통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제야 '아! 내가 커피에 중독되어 있는 거구나!' 깨달았다. 그때의 두통은 평상시 내가 겪는 두통과 달리 머리를 찌르는 것 같이 아파 기억에 남아있다.


2박 3일 출장을 마치고 집에서 잠을 자던 새벽 5시 머리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깼다. 순간적으로 커피가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출장 이튿날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42시간이나 지났다. 바로 커피를 마실까 잠시 고민했으나 새벽 커피는 몸에 안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판단으로 출근해서 마시기로 마음먹고 버텼다.


출근해서 9시, 커피를 안 마신 지 47시간째, 한 시간만 지나면 48시간이다. 오기가 생겼다. 이렇게 길게 안 먹었는데 이참에 한 번 끊어볼까? 커피가 우리 몸 대사작용에 많은 영향을 주고 아침 커피 한 잔도 결국 숙면을 방해하니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한 달만 끊어보라던 한 유튜버의 말도 생각났다.


그렇게 커피를 참으며 퇴근을 하고 운동을 간 것이 54시간째, 운동으로 격한 숨을 내쉴 때마다 뇌가 부풀었다 줄어들었다 하는 것 같은 고통으로 힘들었다. 삼일 정도 지나면 두통은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건만 두통이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 아니었다. 멍한 나를 보며 주변에서는 뭐 하러 그러고 있냐며 그냥 커피를 한 잔 마시라고 했다. 주말 동안 심심한 입을 참으며 시간을 보내고 6일째 144시간이 지나 출근한 월요일 아침엔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줄었고 업무상 카페를 가서도 다른 음료를 골랐다.

커피 단식 7일째가 돼서야 '커피를 끊었다!'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선언하듯 소식을 전할 수 있었고, 마침내 주변 사람들도 레모네이드, 페퍼민트티 등의 음료를 사 오기 시작했다. 여러 중독 중에서 가장 끊기 쉬운 것이 커피라고 하던데, 카페인 중독에서 헤어 나오기가 생각보다 실제로 아프고 힘들었다. 우연히 커피를 못 마신 계기로 커피와 이별을 결심한 이유는 여럿이지만 가장 주요한 이유는 내 습관 중 사소한 하나의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내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에 밴 습관을 바꾸거나 버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커피, 담배, 핸드폰, 술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만 중독성 있는 것들과 거리 두기는 더욱 그렇다. 커피와 이별 후 진고동 빛 커피의 색과 편안한 향을 음미하며 예쁜 테이블 샷을 찍는 재미도 사라지고, 커피 맛있는 집을 찾아 떠나는 카페투어의 즐거움도 반감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일상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의지로 변화시켰다는 뿌듯함과 자신감, 습관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었다. 



사소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호기롭게 나를 변화시켜 볼 용기를 내보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한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용기 내지 않으면 긍정적인 변화는 생기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용기 낸다면 비록 실패로 보이는 일이더라도 나에게는 내면으로 던지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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