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커다란 꼬맹이도 있나요?
"꼬맹이가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데 정말 너무하네."
우리 엄마가 무시당하며(?) 일하는 날 보더니 하던 말이었다.
어느새 나는 장성해 혼자 밥 벌어먹고살게 된 꼬맹이가 되었다. 혼자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꼬맹이었다, 엄마에게, 나는.
대학생 때까진 그랬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아직 어른들에게 독립하지 못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당장 용돈을 주지 않으면 나는 공부와 경제활동을 동시에 하기 어려운 반쪽짜리였고, 엄마의 집과 아빠의 보호 없이는 이 세상에서 자립할 수는 없었다. 몸만 컸을 뿐. 어영부영 어느새 나름대로 사회에서 일도 하고 최소한의 밥벌이는 하는 사람이 되어 드디어 반쪽짜리 미성숙한 인간을 벗어난 줄 알았는데.
처음 겪는 부조리에 힘들어하는 날 보며 엄마는 내게 꼬맹이라고 했다. 그 단어 안에서 나는 처음 나의 부족함을 느꼈다. 이후에 나는 부족함 안에서 연약함을 느꼈다. 그 연약함을 알던 엄마의 존재를 느꼈다. 나는 보호받고 있구나, 아직도. 겹겹이 감싸 져 있던 그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자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여전히 난 엄마의 꼬맹이이고, 엄마의 그늘 아래 쉬고 있었다. 그 사실에 감사하고 안도감이 든다.
-꼬맹이를 벗어나고 싶은 꼬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