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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Mar 14. 2023

그 사람 말고 그 상황 탓!

사람탓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상황을 해결해라.

     회사에 들어오니 다양한 사람이 많다. 그중 나와 가까운 팀원이 하나 있는데, 그분은 참 재밌다. 그분은 따악 한 명일 뿐인데, 한 몸 한 얼굴로 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경험케 해 준다. 부캐가 거의 필수인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사람이랄까. 아무튼.


     다양한 인격을 가졌으니 간단히 줄여 '다인씨'라고 하겠다. 다인씨는 첫 만남엔 어른이었다. 네일아트가 과하다, 신발이나 바지가 특이한데 여긴 보수적인 회사니 자제하라 등. (물론 본인이 아니라 부장님이 전해 달라는 말과 함께 본인의 생각을 말하신 것 같다. 그 당시 그 말을 들었던 분들이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시간이 조금 지나니 꽤 귀여워졌다. 나이에 맞지 않은 아이처럼 순수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생존형 해맑음인데, 그분은 '찐'같았기 때문. 저 나이까지 저런 눈치 없는 순수함을 가지다니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이 저렇게 유지되도록 참았구나 싶고, 참 좋은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더 지나니 마음 쓰이는 사람이 되었다. 같이 일 하다 보니, 그분의 순수함은, 지켜낸 동심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상처 날 상황에 자신을 던지지 않아 아직까지 말랑했던, 아직까지 세상에 너무 민감하고 여린 사람이었을 뿐이다. 실수를 하면 과도하게 사과를 했고, 상황을 해결하기보단 변명하려 애썼다. 처음엔 그 모습이 너무 싫었다. (사람이 싫은 건 아니었다.) 그저 답답했다. 나는 다인씨가 실수를 해도 실수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싶을 뿐인데, 자꾸 해결하지 말고 내가 왜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장황한 말들을 쏟아내기 바빠, 내가 해결하는데 방해를 놓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모습도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져서 옆에서 변명을 하든 말든 나는 수습하련다-느낌으로 지내는 중인데, 한 편으론 여전히 안쓰럽긴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본인 변호. 내가 안 그랬어요. 제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원래 이런 게 아니에요. 아무도 다인씨를 그렇게 보지 않아요. 본인의 말이 오히려 스스로를 그런 사람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다고요.

    왜 그런 불안하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왜 저렇게 된 걸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었다, 다인씨가. 아마 누군가 실수를 하면 상황보다 사람을 먼저 잡았겠지. 이 사람이 왜 실수를 했을까? 상황 때문에 그런 걸까? 아니면 어떤 물건이나 시스템 때문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실수의 원인이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저리 불안했을 것이고.


    저리 여린 사람을 불안에 떨지 않게 하려면, 아마도 나도 실수할 수 있고, 너도 하고 쟤도 한다는, 실수의 일반화를 인지시주면 어떨까 싶다. 다음엔 실수는 일상이니 색다른 변명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실천하려 노력 중인데, 이 분은 이제 습관 단계에 온 것 같아 난항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한 팀에서 일하려면 안심시켜 주는 게 좋을 듯싶다. 다인씨가 조금 무뎌지고 뻔뻔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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