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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Jan 18. 2024

일일일글 [모순]

엄마와 나, 누가 더 모순적인지 대결 중입니다.

- 내가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날이면 모순적인 엄마를 느낀다. 우리 집은 어딜 가든 항상 거리가 애매하다. 기본 한 시간 반에서 많으면 세 시간이 조금 안된다. 그러다 보니 간단해도 외출을 하는 날이면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한다. 그럼 엄마는 큰일 난 줄 알고, 밤 9시가 넘었는데 밥을 챙기려고 한다. 살이 너무 빠졌고, 오랫동안 무월경이기 때문이란다. 

- 딱 2kg이 찌면 다른 엄마를 느낀다. 나는 예전에 엄청난 거구였다. 현재는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평범하게 살면 느낄 거다. 평소보다 맛있었다면 살이 좀 오르다 다시 돌아오는, 평범한 사람들의 몸무게 굴곡 말이다. 가까이서 보면 상향곡선 같지만, 멀리서 보면 조금 완벽하지 않을 뿐, 평행선인데. 엄마는 다르다. 비상이다. 본인이 손수 요리해서 먹으라고 밥상을 차렸지만, 겨우 2kg으로 또다시 뚱땡이가 되는 줄 안다. 압박이 시작된다. 그때가 딱 이뻤는데.

-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모순의 강도와 스펙트럼의 넓이만 다르지 다들 모순적이다. 다만 나와 가까이 있는 존재의 모순이 너무나 커서 그렇지. 나는 이런 엄마를 두고 어린 시적부터 참 많이 헷갈려하며 살았다. 어쩌면 엄마는 모순보단 내로남불일지도 모른다. 이 덕에 나는 엄마와 남편을 잘못 만난 엄마의 "어쩔 수 없는" 현생에 대한 푸념을 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난 어른이니 더 이상 남 탓을 하면 안 되고 내 현생에 벌어진, 벌어지는 모든 일은 온전한 내 탓이니 엄마를 탓하지 말라고 한다.

- 나는 엄마와 마주할 때 나의 모순을 느낀다. 그런 말을 하는 엄마를 원망하지만 제일 사랑한다. 사랑하고 싶지 않지만 신경 쓰인다. 

- 모순은 나의 정체성이고, 나는 모순을 싫어한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이 싫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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