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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Jan 20. 2024

일일일글 [주말]

주말이 두려운 나, 정상인가요?

- 퇴사 전엔 주말이 참 달콤했다. 생각 없이 회사에 다니다 생각 없이 쉬는 날이었으니까. 재직 중엔 넥스트 플랜이 없다. 돈 잘 주지, 복지 좋지, 사람 스트레스 없지. 아, 그래도 10% 정도의 두려움은 안은 채 주말을 보내긴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IMF 시대가 다시 한번 도래할 거다. 언젠간 각자도생, 능력주의, 개인주의가 더 심해질 것이니 나의 능력을 길러야 먹고살 수 있을 거다-라는 상상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 퇴사 후엔 매주 금요일 저녁에 생각이 많아졌다. 주말에 차고 넘치는 이 시간들, 하지만 생각 없이 보내면 훅-가버리는 이 시간. 어떻게 하면 잘 유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마치 이 경기에 이겨 금메달을 따내면 평생 연금에 군면제까지 보장되는, 인생이 한 번에 바뀌는 순간, 그 출발점에서 카운트다운을 듣고 있는 단거리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심정. (제일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상상해 본 운동 못하는 미필 여자..)

- 주말이 두려운 이유는 또 있다. 과거의 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주중처럼 메인 스케줄이 있는 날에 쪼개지는 시간들은 참 잘 이용하는 나이지만, 통으로 자유 시간이 주어지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는 걸 아니까. 작은 시간들은 마치 푼돈 아끼듯 짠순이처럼 굴다가, 갑자기 큰 시간이 턱! 하고 나타나면 에이 조금은 써도 돼~하면서 흥청망청 써 버린다. 한평생 돈 쓰는 법도 모르던 가난뱅이가 일확천금을 얻어 사치 조금 부리려다 생각보다 빠르게 탕진하는 스타일.

- 그래서 요즘 "해빗 트래커"가 참 좋더라.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잘 이루어지는지 체크하는 건데, 나같이 주말에 헤까닥 돌아버리는 사람에게 도움 되는 방식이다. 주말이 두려운 이유도 해빗 트래커라는 걸 알고 난 이후에 명확해졌다. 주말에 놀기만 해서 두려운 게 아니다. 주말은 내가 5일간 열심히 만들었던 좋은 버릇들을 파도가 휩쓸어가듯 지워버리니까. 그래서 다음 주부턴 처음부터 그려나가야 하니까. 나는 주말이 리셋시킨 버릇을 재부팅하는 게 두려운 거구나.


- 버릇이 없어질까 봐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나, 좀 멋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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