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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Nov 09. 2021

현실은 구리다

나쁠 것 없을 삶 속에서 찾아오는 텁텁함

  행복한 삶은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늦은 시간 퇴근을 하고 나니 딱히 밥을 먹기 귀찮다. 눈에 당장 보이는 컵라면 우동을 먹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과자도 한 조각 먹었다. 그렇게 먹었으니 방바닥에 눕는다. 좁은 원룸에 공간이 허전하니 유투브를 보다가 그러다 잠이 들었다.    


  현실은 행복하지 않았다. 솔직히 구렸다.    


  나이가 들어가니 아침은 더 부지런해졌다. 일어나는 시간은 더 규칙적이고, 기계적으로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했고, 일을 하려면 이불을 걷어내고 문 밖을 나서야 했다. 분명 나의 시작은 유투브를 보면서 잠들던 어느 밤이었는데, 그 시작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이 떠오른다. 가장 행복한 시간과 가장 힘든 시간의 사이는 무엇을 했는지 꿈도 꾸지 않았다. 시간으로는 5~6시간이라는 긴 텀이다.   

  

  문 밖을 나가는 순간 제일 깔끔하고, 멋진 모습이지만 왜 마음은 우울할까?    


  출근하고, 퇴근하기 까지 그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직원들과 민원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나와 친한 사람이 내 주변에 얼마나 될까? 이러한 일상 중에서 식사를 하는 직원과도 의미 없는 대화로 시간을 보낸다. 

  점심을 먹고 잠깐의 틈 속에서 책을 잡고 글을 읽는 순간만이 마음이 편안해졌다. 점심시간의 휴식 시간이 주는 여유 빼고는 모든 일상이 텁텁하다. 뭔가의 갈증을 느끼는 순간처럼 말이다.  

    

  지친 몸으로 돌아가 방문을 열고 난 방에 눕는다. 
  행복하다.
  이게 행복이다.    


  시간은 저녁 8시를 넘긴 시간에 계절감 느끼는 보일러를 틀어서 따뜻한 방바닥에 날 밀착시킨다. 그리고 하루를 정리하는 다이어리를 몇 자 적고는 하루를 마무리 했다. 하루는 그렇게 갔고, 주말이 오면 좀 더 그렇게 있다가 한 주가 갔다. 한 달이 갔다. 그리고 1년이 갔다.   

  

  나도 행복을 느끼지만, 어쩐지 현실은 구리다   

  맛있게 저녁을 먹긴 했지만, 왜 텁텁할까?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유를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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