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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Nov 30. 2021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글을 쓰면서 나는 무엇을 얻고 있나?

  모처럼의 서울이다. 서울을 가면서 광화문 거리를 걸을 시간적 여유는 없다. 단순히 이동하면서 잠시 졸았다가 이렇게 글을 쓰는 정도뿐이다.

  내가 지금 서울을 가는 이유는 글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등본을 발급하며, 밀린 업무를 매진하고 있었을 것이다.

  깔끔하게 차려 입고, 평소에 와는 다르게 운동화가 아니라 구두가 내 발을 감싸고 있다. 사놓고도 꺼낼 일이 없던 구두는 정말 새것 같다. 창밖에 풍경이 터널을 지나며 어둠으로 바뀌면서 비치는 모습이 낯설기만 하지만, 난 거의 1년 만에 서울을 간다.


   분명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사실 나는 감흥이 없다. 더 정확히는 기쁨이 없다. 복직을 하고 1년이 되어가지만, 난 전보단 밝은 모습이다. 하지만 인생은 연기라고 해야 할까? 상담을 하면서 원장님에게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는 것이 너무 재미없습니다. 남들은 좋은 일이라며 또 좋아 보인 다고 하는데도  감정이 사라 지고 있어요."


  밝은 척 연기도 했다. 책임감을 키우기 위해서 또 무너지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해보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분은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고비를 넘기다 보면, 또 좋은 일이 생기겠죠."

  "그리고 본인이 그나마 유일할 탈출구라고 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과연 다른 선택으로 가능하겠습니까?"


  그 말에 잠시 주저했다. 아니 지금이 있기에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백 편이 넘는 글을 써오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겨울비가 내리는 오늘.

  나는 1년 넘게 가지 못한 서울을 간다. 그리고 조금은 감사해본다. 내가 아직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과 지금을 지탱해 준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케이티엑스 어느 창가에서 글로 그 표현을 해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설령 이것이 저를 향한 연기라고 해도 오늘은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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