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고 싶어요
직장 동료가 택배를 받아 그 안에서 각종 영양제를 꺼냈다. 민원 응대로 지쳐있던 참에, 동료가 상자에서 영양제를 꺼내자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이미 내 책상에는 저번에 산 종합비타민 영양제가 하나 있는데, 평소에 건강에 관심이 많던 직원의 택배 개봉에 관심이 갔다. 몸에 좋다는 추출물을 담았다는데, 개봉 기념으로 한 알씩 나눠줬다. 물론 나도 한 알 얻어먹었다.
20대까지는 아파도 병원도 안 가고 가끔 약국에서 감기약이나 챙겨 먹고는 푹 자면 몸이 좋아졌다. 그래서 딱히 병원에 약을 챙겨 먹을 일은 없었다. 그러다 30대가 되면서 하나둘 약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단 위장이 안 좋아지면서 위장약에 하얀 겔포스라는 약을 쭉쭉 빨아먹었다. 먹기는 싫은데, 안 먹으면 내 몸이 못 견디겠다 싶어서 억지로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그러다 감기라도 오면 주사는 꼭 맞아야 하고 최대한 항생제가 센 거로 약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몸이 어찌 되든 병원을 자주 올 수 없었으니까 되도록 빨리 완쾌되고 싶었다. 그리고 항상 두통을 달고 살아서 진통제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한의원을 다니면서는 맹신적으로 한약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일단 꾸준히 먹고 몸을 챙겨야 한다는 압박으로 비싸지만 지어다가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약을 먹기 위해서 밥을 챙겨 먹었다. 빨리 이 시련을 벗어나려면 내 몸이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좋아하던 라면도 한약을 먹는 중에는 먹지 않았다.
그렇게 챙겼다고 했는데, 취업하고는 늘어나는 살 때문인지 혈압도 높아져서 매일 같이 혈압약을 먹고 있다. 매일같이 먹는 약에 각종 질병이 생길 때마다 다는 병원에서 주는 약으로 과연 이걸 같이 먹어도 문제가 없을까 고민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직장 동료가 주는 약을 덥석 집어 먹었다. 분명 1시간 전에 매일 같이 챙겨 먹는 비타민 포함한 영양제를 먹었는데도 말이다. 아픔이 싫은 것인지? 과연 이것을 먹으면 나아질 것이라는 허전한 마음 때문에 먹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의사가 꼭 먹으라고 하는 약도 모자라서 스스로 약을 찾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30대의 무기력함을 느꼈다.
가끔 피로가 극심할 때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는 순간에도 3만 원에서 시작하는 각종 영양제 중에서 내 지갑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좋은 것을 맞고 싶다. 한의원에 가서 원장님이 나에게 아픈 이유를 설명하면 모든 것이 맞고 추천하는 한약을 꼭 먹고 싶으나 주머니 사정으로 포기하고 돌아오며 약국에서 중저가 영양제를 사서 돌아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 먹는 약은 절대 적지 않은 양임에도 먹방의 유혹처럼 쉽게 빠져든다. 그런데도 딱히 내 몸이 좋아지지 않다는 것도 그런 나의 노력을 기운 빠지게 했다.
아까 먹었던 알약이 점심 이후에 어쩐지 기운이 나게 하는 것 같다. 역시 물 건너온 약이라서 다른 것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동료와 나누면서 슬쩍 구매 방법을 물었다. 아무래도 내 책상에 약통은 하나 더 늘어날 것 같았다. 그렇게 30대가 되면 귀가 얇아지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도 갈대처럼 가늘어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