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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김상현 작가의 책을 읽고

by 이춘노

“어떻게 지내?”


“그냥…. 그냥…. 잘 지내죠.”


요즘 내가 주로 듣고 답하는 내용이다. 전화나 문자로는 대충의 삶을 연기할 수 있지만, 글로 표현한 나의 지난달은 솔직히 고통의 연속이었다. 딱 1월 말까지만 참자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버텼지만, 2월이 되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잠을 이루지 못하던 수준에서 먹은 것도 다 쏟아 냈다. 중순에는 심하게 몸이 떨리는 순간이 왔다. 그리고 열흘이 넘게 칩거 생활을 하다가 문뜩 거울을 보니 덥수룩한 수염과 잡초처럼 아무렇게 자란 머리카락들. 이미 멍해진 눈빛에서 자신감이 없는 나를 느꼈다.

그렇게 일주일을 방에서 보내다가 책을 주문했고, 읽었다. 그리고 책장을 다 덮고 나서 창문을 열었다. 오늘은 비가 왔는지? 바람에 수분이 가득하다. 그런 바람을 맞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책 제목은 장례식 이야기인데, 왜 힘내라는 말을 한 참 듣고 있는 것 같지?’

솔직히 내가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라는 책을 읽은 느낌이다. 너무 내가 단순하게 생각하고 책을 고른 것일까? 아마도 제목이 인상적이었으니, 내가 김상현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뭔가 내가 필요한 영양소를 몸에서 음식으로 연상해서 식욕을 자극하듯이. 나 또한 지금 심정을 대변하는 마음으로 우연히 끌렸다고 생각한다. 그러했기에 나는 각 제목에 짧은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며 또 반성하며 책장을 넘겼다.

잠시 죽음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 작가의 표현을 빌려서 나를 생각해봤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일단 내 가족, 나의 절친한 친구, 나와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 그 밖에 나와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 자리해줄 것이다. 왜 그런 사람들이 있다. 결혼식은 참석을 잘하지 않아도, 슬픔에는 꼭 함께하는 사람. 나에게 지난주부터 연락을 해주던 사람들은 그러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뿌려 놓은 축의금과 부의금을 갚기 위해서 오는 사람도 있겠지? 썩 나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된다. 나는 장난처럼 내 진심을 가끔 내비치기도 하는데, 어차피 난 결혼을 안 할 거니, 부의금은 두 배로 내라고 말을 하고 다녔다. 그러니 육개장은 두 그릇 먹고 가라고 말이다. 그렇게 나의 장례식은 우울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목만 듣자면, 우울한 책이다. 하지만 작가는 죽음을 나와 같이 생각하지 않았다. 책 제목에 앞선 문구는 “죽음에 대해서 기억에 대하여 슬픔에 대하여 생각할 때마다, 나는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당신들 곁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마음인데….”라는 말을 함께 했다.


나는 아프다. 사실 괜찮지 못해서 지금 이렇게 있는 것이다. 마음도 몸도 아픈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단순하게 모든 것이 좋아지지 않을 것은 알고 있다. 다만, 덕분에 창문을 열었고, 오래간만에 덥수룩한 수염을 깔끔하게 밀어 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 밖에 나서 보려고 한다. 또 비 내린 늦은 밤공기를 걸어가며 느끼고 싶어졌다. 작가가 좋아한다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을 생각하며 말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위험하다.
그러나 무엇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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