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고 싶다

사람이 우울해지는 이유

by 이춘노

가수 김조환이 부른 <사랑에 빠지고 싶다>라는 노래가 2014년에 정승환이 부른 노래로 다시 나왔을 때. 가사가 지금의 내 심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아서 한동안 휴대폰에 내려받아서 자주 들었다.

운동도 하고, 일도 하고, 책도 보고, 영화도 챙겨봤는데도 난 너무 외로웠다. 연애를 안 해서 그런가 싶어서 틈나는 대로 이성과 연애도 했지만, 항상 끝이 좋지 못했다. 결국, 사랑이 문제가 아녔다.


모든 행동과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우울한 성격은 유전과 관련 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세상에 우울은 광범위하다. 한강 다리를 걸어보면 다리 난간에는 삶에 힘을 주는 글이 다양하게 있다. 한강이 참 넓은 강인데도 그런 글을 이어서 다리를 건널 수 있다. 내가 말하는 우울은 유전적인 질병과 가족력으로 이어지는 뉴스에서 찾는 우울함이 아니다. 솔직히 심리 검사를 하기 전, 대부분은 본인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에 부정적 생각과 외부적 힘듦에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마음은 삶에서 지극히 평범하다.


나도 흔한 얼굴만큼 평범했다. 외아들로 태어나 가족들에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집에 돈이 궁해서 대학 진학부터는 선택이 제한적이긴 했어도 시대에 맞는 치열한 취업도 거쳤고, 30대 초반에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 고향에서 살고 있다. 번듯한 직장이 있어서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정년까지 보장된다는 공무원이다. 남들이 말하는 우정을 나눌 절친도 두 명은 있고, 대학을 시작으로 연애를 오랫동안 쉬어본 기억도 없었다. 부모님은 즐거워하셨고, 동기들도 하나둘 결혼하며 나도 그 대열에 합류만 하면 되었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30대 중반을 지나는데, 외롭다. 노랫말 가사처럼 너무 외롭다.


처음에는 대도시에서 지내다가 좋은 영화관도 없는 곳에서 있으려니 답답한 마음 때문에 그런가 싶었다. 그래서 주말이면 근처 도시로 영화를 보러 갔다. 그러다가 고향에 오니 오히려 친구가 없다는 것 때문인가 싶어서 친구들이 있는 천안이나 서울로 주말에 술 한잔을 마시러 오가기도 했다. 혹시 외로움에 사랑이 필요할까 싶어서 연애를 시도해봤다. 소개팅도 해보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인 행동으로 만나도록 노력했다. 그러면서 자동차도 할부로 사고, 생활환경은 확실히 취업준비생 시절의 과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어느덧 어깨에 자신감이 붙었다. 이 정도면 나도 그렇게 말하는 평범에 가까운 삶을 살면서 동화가 되는구나. 이러한 동화된 삶의 끝은 결혼이고, 자녀이고, 승진이라 막연하게 미래를 꿈꾸었다.

그런데 결과는 평범하게 되어가지 못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이었다. 체력적인 문제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가족 문제, 금전 문제가 겹치면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정확히는 도망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지만, 그러한 말을 하자면 너무 나 자신이 상처 받을까 봐서 피하고 싶다. 그러다 고작 이것을 얻고자 고생해서 취업했나 싶었다. 20대에 내가 가려고 했던 희망과 생활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남들이 말하는 평범이란 턱걸이도 못 하는 상황이 못 내 서러웠다.


지금의 상황도 꽤 좋지 못했다. 체중은 90kg을 넘겼고, 각종 질병에 결혼도 못 한 노총각이다. 집안은 그렇게 넉넉하지 못하다. 게다가 부모님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실상 가장이다. 결혼하고 싶어도 지금 나와 같이 이 고난을 함께할 사람도 적겠지만, 문제는 내가 그러한 고생을 함께 나누고 싶지도 않다. 게다가 난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하루빨리 세상을 떠나고 싶은 이른바 우울증을 앓는 아픈 남자이다.


가진 것이 있지만, 왜 나는 우울하다고 말할까? 꿈 많은 20대보다 가지고 누리는 것은 훨씬 많은데, 이유를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자꾸 물었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데 자꾸 묻는 사람들에게 답을 구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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